시민단체들, 8부두 앞 연일 시위 "탄저균 등 위험한 세균...안전 담보안돼" / 신예진 기자
부산항 8부두에서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연구 과제인 ‘주피터(JUPITR)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된다는 소식이 퍼지자,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8부두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인구 밀집 지역이라, 고위험 세균이 반입되기에 적절치 않은 장소라며 실험실 철거 요구에 나섰다.
주피터 프로젝트란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독성물질 방어체계 구축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6년 주한미군사령부는 부산 남구 감만동 8부두를 주피터 프로젝트의 첫 도입 장소로 선정했다. 당시 지역에서는 생화학 실험실로 인한 시민들의 안전을 우려하며 반발했지만,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살아있는 세균 시료 반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근 미 국방부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프로그램 예산 평가서’가 공개되면서 주한미군과 국방부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평가서에는 기존의 주피터 프로그램에 40억 원을 추가 편성해 오는 2020년 1분기까지 실험을 지속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결정과, ‘살아있는 매개체’의 실험도 함께 진행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지역 주민, 노동조합 등 지역 단체들은 '감만동 8부두 미군 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 남구지역대책위'(남구대책위)를 결성하고 실험 저지에 나섰다. 남구대책위는 지난 25일부터 오전 7시 감만동 8부두 앞에서 주한미군 출입 항의투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DO NOT ENTER’, ‘세균무기 실험실 폐쇄하라’, ‘GET OUT’ 등 대형 플랜카드를 들거나 연구원 복장으로 나타나 온몸으로 주피터 실험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대책위는 1시간가량 집회를 벌이다 자진 해산했다.
대책위는 이날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탄저균, 페스트균과 같은 세균이 들어올 수 있다. 340만 부산시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우백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은 "탄저균은 의혹이 아니라 언제든 유출될 수 있는 심각한 사실이므로 이 실험을 중단시킬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남구의회 역시 지난 21일 결의서를 발표하고 주피터 프로젝트의 폐기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과 국방부에 ▲8부두 내 주피터 프로젝트 관련 시설 공개 ▲주민설명회 개최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주피터 프로젝트 전면조사 ▲주한미군지위협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여러 언론들이 수차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국방부의 입장을 요구했지만, “주피터 프로그램은 북한 생물위협을 탐지한다”, “국내 반입되는 장비는 검증된 상태”, “세부 정보는 군사보안상 답변이 제한된다”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해당 시설에 설치된 장비를 직접 검증하지 못했고, 관련 문서 역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