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유학 중인 임승연(22) 씨는 최근 한국에 잠시 들러서 한국 유튜브로 한국 방송을 보려다 깜짝 놀랐다. 임 씨는 독일에서 유튜브로 한국 방송을 보아왔는데 정작 한국에 와서 즐겨 보던 <무한도전>을 유튜브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임 씨가 한국에서 접속한 유튜브에는 해당 프로그램을 해당국에서는 볼 수 없다는 메시지뿐이었다. 그는 “독일에서 유튜브로 볼 수 있던 한국 프로그램을 정작 한국에서는 유튜브로 볼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콘텐츠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한국 방송 콘텐츠들을 외국에서는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 한국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를 동영상 클립 형태로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S를 제외한 SBS와 MBC, CJ E&M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유튜브를 통한 자사 TV 프로그램의 국내 서비스를 중지했다. 우리나라에서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위해 유튜브의 동영상을 누르면 “동영상을 올린 사용자가 동영상을 해당 국가에서 볼 수 있도록 설정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방송국의 프로그램 다시보기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TV캐스트와 다음 TV팟을 이용해야 한다.
다른 나라 방송사들도 자사의 콘텐츠를 해당 국가 유튜브에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 공중파 방송사들은 방송 콘텐츠를 케이블 TV나 TV 콘텐츠 용 온라인 서비스인 OTT를 이용해서 제공하고 있다. OTT 서비스는 VOD 다시보기 등을 제공하는 IPTV나 모바일을 통해 TV 방송을 다시 볼 수 있는 tving 등을 말한다. 일본 방송사들은 니코니코라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일본 사이트를 통해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외국 방송사들이 자국의 콘텐츠를 유튜브에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방송사가 유튜브에 취하고 있는 조치는 국내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그들의 정당한 저작권 행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한국 방송 콘텐츠를 외국 유튜브에서 볼 수 있고 한국 유튜브에서만 못 보게 하는 것은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모든 국가에서 이용 가능한데 한국만 서비스를 중지하는 것은 자국민에 대한 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네이버 블로거는 자신의 포스트(게시글)에 “국내 동영상 서비스가 기술 개선 등의 노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유튜브를 막아버리는 것은 오히려 반발심만 생기게 하는 것 같다”며 “(유튜브를 통해서) 자국방송을 자국인만 못 본다는 것은 역차별당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일부 국내 이용자들은 국내 유튜브에서 한국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보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에 ‘유튜브 IP 우회’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많은 누리꾼들이 우회 프로그램들과 사용방법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IP를 식별해서 국내 방송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는데, IP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결국 유튜브가 해외에서 들어온 IP인줄 알고 IP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한 한국 사용자에게 한국 방송 콘텐츠들에 접근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진희(22, 서울시 종로구)는 블로그에 소개된 IP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튜브에서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다시보기를 이용하고 있다. 김 씨는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국내 프로를 보여주는 사이트를 찾아 여기저기 옮겨다니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며 “편법이라도 IP 우회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방송사가 유튜브 서비스를 중지한 데는 방송사와 유튜브 사이에 광고 수익 배분에 따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방송사는 광고 수익 배분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튜브와 방송사의 광고 수익 분배 비율은 5.5:4.5인데 반해, 네이버와 다음은 방송사와 1:9로 수익을 나누고 있다. 따라서 일부 방송사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수익 배분이 적은 유튜브 서비스를 버리고 방송사 수익 지분이 큰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서만 방송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김동춘(28, 부산시 진구) 씨는 국내 방송 다시보기를 이용할 때마다 포털사이트로 번거롭게 이동해야만 한다. 김 씨는 “국내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 질이 유튜브보다 떨어지고 광고 시간 15초를 모두 기다려야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며 “국내 방송사들은 동영상 다시보기 서비스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