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 상에서 발가락 교정기가 화제다. 발가락 교정기는 발가락 사이에 끼워 사용하는 제품이다. 체형 교정과 다이어트, 무지외반증 교정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SNS 광고도 이를 적극 PR한다. 실제 발가락 교정기 효과의 의학적 근거는 없다.
발가락 교정기의 가장 큰 효과는 체형 교정이다. 좁아진 발가락 사이를 넓혀 안 쓰던 발과 다리 근육을 사용해 바른 자세를 만들어 주어 체형 교정까지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체형은 뼈 모양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발가락 교정기만으로는 골반 틀어짐, 거북목 교정과 같은 뼈 모양 변형은 거의 불가능하다. 착용 시 일시적인 인대나 힘줄의 길이, 모양 변형이 그런 효과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무지외반증 치료도 쉽지 않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발가락 변형이 심해져 통증이 계속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부담으로 발가락 교정기를 사용하곤 한다.
발가락 교정기는 당장 수술이 어렵거나 골유합이 완전치 않은 소아를 대상으로 변형이 진행되는 것을 지연하기 위한 것으로만 사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껏 교정기를 통해 완치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발가락 교정기에 의지함으로써 치료적기를 놓치거나, 더 나은 치료를 선택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치료 적기를 놓치고 상태가 악화되면 주변 신경, 인대, 혈관 조직이 손상되며 치료 시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다이어트 효과도 거의 없다. 광고를 보면 발가락 교정기 착용 후 1시간 이상 걸으면 체중이 감소한다고 한다. 착용 후 평소보다 더 걸음으로 인한 운동 효과로 일시적인 체중 감소가 있을 뿐이다. 구매자의 리뷰 중 실제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는 글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효과가 검증된 의학 논문이나 연구 결과도 없다.
한 발가락 교정기 판매사 A사는 작년 7월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A사는 해당 제품이 자세가 비뚤어져 있거나 팔자걸음을 걷고 목과 어깨 균형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홍보했다. SNS 광고에 척추측만증 환자가 자사 제품인 패드를 사용하기 전과 후의 사진이라며 척추 엑스레이 사진까지 사용했다. 사용 전 사진엔 척추가 휘어 있지만 사용 후 사진은 정상적인 각도의 척추 모습을 보여줬다.
의료기기법 제 24조는 거짓이나 오해할 염려가 있는 사항,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효과를 암시하는 기사·사진·도안을 사용하거나 그 밖에 암시적인 방법을 사용한 광고 등을 금지한다. 이 법안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A사에게 약식명령을 내렸다.
A사를 비롯한 많은 제조사 및 판매사는 발가락 교정기가 의료기기인 마냥 홍보를 한다. 하지만 홍보 글 하단엔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문구를 넣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발가락 교정기는 의료기기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의료기기의 경우 거쳐야 할 기본적인 안전성 검사 등을 통과하지 않은 것이다. 그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므로 제품 구매 및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바른 의료 연구소는 “링이나 패드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발의 피로감 완화, 올바른 자세교정, 높은 운동 효과, 효과적인 다이어트에 도움, 안면 비대칭 완화, 허리통증과 어깨 결림 해소 등의 효능·효과를 볼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자료는 단 하나도 없다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권기범 선생은 “무지외반증이나 발가락 통증이 있는 경우 건강을 위해서 발 볼이 넓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무리하게 걷거나 오래 서있는 경우 족욕과 스트레칭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다”고 했다. 또 “발이나 체형 이상의 경우, 그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병을 키우기 전 내원해 진료 받는 것을 추천한다”며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