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포탄 속에 묵묵히 포복하는 병사들 편이었고,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여인들 편이었고, 그리고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 편이었다." 편집 작업 중 쓰러져 45세에 세상을 떠난 이만희 감독의 묘비에 소설가 김승옥이 남긴 말이다.
한국영화에 다시없을 큰 발자국을 남긴 천재 감독 이만희(1931~1975)의 40주기를 맞아 영화의 전당이 부산영화평론가협회와 함께 ‘이만희 특별전’을 22일부터 25일까지 개최하고 부산 관객들에게 이만희 영화를 해설해주는 시간을 갖는다.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주마등>으로 데뷔해, 유작 <삼포 가는 길>(1975)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60년대를 이끌며, 전쟁, 미스터리, 멜로 등 다양한 장르에서 15년 동안 51편의 작품을 남겼다.
특별전 첫날인 22일에는 영화의 전당에서 특별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살부(殺父)와 멜랑꼴리: 이만희의 영화세계’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박성수, 김이석, 박유희, 김필남, 허문영, 강소원, 박인호, 김기만 등 영화평론가들이 참가해 이만희 감독의 영화 세계를 분석하고 의견을 나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쟁의 참혹상과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본능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고 있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항공촬영의 시도로 새로운 영화기법을 보여주는 <창공에 산다>(1968), ▲인간의 우수와 절망을 하루라는 짧은 시간 속에 그린 로드무비 <휴일>(1968), ▲실화를 바탕으로 생명의 존엄성과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의지를 부각시킨 작품 <생명>(1969),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을 변주한 만주 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1971) 등 총 5편이 상영된다. 상영 후에는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소속 평론가가 30분 동안 영화해설을 들려준다.
이만희 특별전은 행사 기간 동안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시네테크에서 계속되며,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