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대 강사가 “여대에 가면 바닥을 보며 걷는 편.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이라며 ‘펜스룰’이 연상되는 글을 SNS에 남겼다가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됐다.
15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모 학부에 출강했던 이모 씨는 지난달 9일 자신의 SNS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사진과 함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면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본다”며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글을 남겼다.
또 이 씨는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며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내가 인사를 못 하면 바닥을 보느라 그런거야. 오해하지마”라고 글을 남겼다.
강사가 속한 해당 학부 학생회는 이 씨의 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 씨에게 입장문을 요구했다. 또 학부장 등 교수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이 씨는 학생회의 요구에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무조건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죄송하다”는 입장문을 남겼다. 이어 이 씨는 “(여대생을)예민한 집단으로 본 적 없다”며 “바닥만 보다가 학생의 인사를 못 받은 적이 있어서 글을 올린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학부는 최근 교수회의를 열어 2학기부터 이 씨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도 “소통 방식이 적절하지 못해 이 씨가 자숙하고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2학기 강의에서 배제했다”며 “다만 2019학년도까지 한 계약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조심하겠다는데 너무하는 것 이라는 입장과 글이 부적절한 것은 맞다며 주장이 갈렸다. 한 네티즌은 “쳐다보면 시선강간, 안보면 펜스룰이면 남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며 “역설적으로 펜스룰이 필요해졌다. 여자랑 잘못 엮이면 정직”이라며 비꼬았다. 다른 네티즌은 “기본 매너를 지켰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비상식이 상식처럼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사진과 글이 부적절한 것은 맞다”며 “마치 여자들이 예민한 듯 몰아가는 게 소름”이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SNS에 글을 올린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면서 “그렇다고 강의에서 배제하는 것은 너무했다”고 말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 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를 갖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여성과의 성추문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방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