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1학기 내내 교실내에서 발생...같은 반 학생 의심해야 하는 상황
피해 학생만도 20여명...학부모 간담회까지 열었지만 보란듯 교과서 훼손
학교측 소극적 대응 일관...학생들은 지속적 불안 공포로 장염 몸살 앓아
“2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가해자를 찾는 것, 딱 그거 하나만 바라고 있습니다”
부산시내 모 여고 1학년 A 학급에서 가해자가 없는 미스테리한 학교 폭력이 발생했다. 지난 3월부터 A 반 학생들의 물품 도난 및 훼손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4개월이 넘도록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부산 모 여고 관계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A 반 학생들의 악몽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일부 학생들의 물품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 필기구, 체육복 반바지, 휴대폰 충전기 등 소소한 물건은 물론 학생들의 시간과 노력의 산물인 노트, 교과서까지 자취를 감췄다. 학생들은 단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자 피해 학생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학생들 사이에선 “또 없어졌다”는 말이 점차 익숙해졌다. 한 학생들은 도난 피해 리스트를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피해 조사에 나섰다. 그동안 가해자는 학생들의 가방과 사물함을 가리지 않고 손댔다. 교통카드, 현금 등을 훔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노트나 교과서를 찢었다. 사물함 자물쇠 비밀번호를 바꿔놓는 여유까지 보였다. 23일 기준, 총 피해 학생 수는 20명이 넘는다.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내 교과서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과 밝혀지지 않는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 등이 문제였다. 학부모 측에 따르면, 학생들은 한 학기 내도록 장염, 몸살 등을 앓았다고 한다. 입시 문제만도 힘겨운데 학급 친구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들을 괴롭게 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응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나 교실 내 CCTV를 설치 등 적극적으로 가해자 색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제때 전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개인 물품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면서 학교의 소극적 대응을 지적하며 “학생들은 가해자를 따돌릴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실제로 사건 관련 학부모 간담회가 열린 뒤, 가해자는 보란 듯이 한 학생의 교과서를 찢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학교가 학생 개인에게 물품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교 측은 지난 5월 경 이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경위서를 받았다고 한다. 학부모 측이 요구하는 교실 내 CCTV 설치는 학생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학교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에 의뢰해 집단상담을 실시했고, 교실 내에 있던 사물함을 복도로 이동시켰다”며 “학교도 최선을 다해서 가해자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학부모들의 요구는 ‘가해자를 잡는 것’ 단 하나다. 가해자를 찾지 못한 채로 2학기가 시작되면 안 된다는 것. 한 학부모는 이달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맡은 동래경찰서는 “7월 초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 진행 중”이라면서 “관련된 내용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