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영백(24, 부산시 사상구) 씨는 방학을 맞아 부산시에서 주최하는 락 페스티벌의 자원봉사에 참가하게 됐다. 서류심사에서 5:1의 경쟁률을 뚫고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김 씨는 들뜬 마음으로 자원봉사 교육에 참가했고, 본 행사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 당일이 되자, 여러 명의 봉사활동 인원들이 무단으로 오지 않았고, 김 씨를 비롯한 소수의 자원봉사자들은 빠듯했던 업무가 가중되어 몸이 파김치가 되어 버렸다. 김 씨는 “자원봉사 오리엔테이션은 물론이고, 1차, 2차 봉사자 회식까지 참여한 사람들이 행사 당일 오지 않은 것을 보니 기가 막혔다. 빠진 인원들 때문에 남은 인원들이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레스토랑 등에 예약해 놓고 안 나타나는 no-show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김 씨처럼 스펙도 쌓고 새로운 경험도 하기 위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대학생들 중 자원봉사 참가 신청을 해놓고 정작 봉사가 시작되면 첫날부터, 혹은 중간의 어느 시점부터 나오지 않는 no-show 자원봉사자들 때문에 봉사단체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이런 피해를 보고 있는 단체들은 관공서나 복지기관 등이었다.
대학생 이창민(23, 부산시 사하구)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씨는 수자원공사에서 시행하던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했는데, 자신의 팀에 속해 있던 서포터즈 한 명이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핑계로 활동에 자주 참여하지 않았고, 이 씨 팀원들은 결국 그 사람 몫까지 활동해야 했다. 이 씨는 “내가 공공기관에 봉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 매너 없는 한 사람에게 봉사하러 온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no-show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 중에 나타나지 않아 공공기관의 행사를 방해하는 데도 불성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불성실한 사람들을 제재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나 이벤트 업체 등은 돈을 주고 알바생들을 모집해서 일을 시키던 중 활동이 부실한 사람이 나타나면 즉시 해고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봉사시간을 표시해주는 증명서나 기껏해야 교통비 명목의 소액 현금만 지급하는 게 고작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글자 그대로 ‘자원봉사’를 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이 하기 싫어지면 봉사 증명서를 포기하면 그만이다. 봉사활동의 no-show에 대한 제재에 봉사자들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다.
no-show 자원봉사사 때문에 골탕을 먹는 사람들은 남은 자원봉사자들과 봉사단체 자체다. 각종 봉사단체들은 나타나지 부족한 자원봉사자들 때문에 행사를 망치거나 업무가 원활하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비난 여론을 감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봉사단체들은 no-show 대학생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다시 선발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들은 다른 지역의 다른 봉사단체를 찾아 또다시 적당히 봉사활동 스펙을 가지려 한다. 부산시 사상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우리 단체에서 잦은 지각으로 봉사시간을 인정해주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구의 봉사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는 제대로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기피하는 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봉사단체 관계자 김정민(43, 부산시 사하구) 씨는 일손 하나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받기가 꺼려진다. 그 이유는 단지 봉사시간만 채우러 오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학생들 상당수가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해서만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것 같다. ‘봉사’라는 단어의 의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자원봉사 포털 사이트 ‘1365 자원봉사’의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증가했지만 공공기관 봉사단체장들의 만족도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참여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불성실한 학생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신의 스펙을 위해서만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말고 봉사활동에 대한 가치와 보람을 가진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