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01 16:59 (금)
배달 음식에도 '노쇼'...배달 직전 주문취소에 업주들 속앓이, 블랙리스트 만들기도
상태바
배달 음식에도 '노쇼'...배달 직전 주문취소에 업주들 속앓이, 블랙리스트 만들기도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4.06 05: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달음식점의 노쇼 천태만상...일부 취소, 가짜 배달주소, 잠수타는 고객까지 / 신예진 기자
부산에서 돈까스 집을 운영하는 최모(46) 씨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후 1시까지 돈까스 10개를 주문했던 통 큰 고객이 배달 30분 전 주문 취소를 통보한 것.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돈까스를 포장하던 최 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취소는 곤란하다”는 최 씨의 말에 돌아오는 답은 “죄송하다”라는 말 뿐이었다. 테이블에 쌓아 놓은 돈까스 포장 박스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른 아침 전화로 주문을 받았던 최 씨는 당연히 예약금도 받지 않았다. 포장했던 돈까스를 다른 고객에게 팔 수도 없었다. 최 씨는 결국 직원들과 주인 잃은 돈까스를 먹어 치웠다. 최 씨는 “예약 30분 전이면 사실상 배달 직전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것도 사실상 ‘노쇼’의 일종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A 씨도 최근 최 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어느 날 가게로 김밥 40줄을 주문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나 배달 예약 시간 10분 전, 변심한 고객이 주문했던 40줄 중 절반인 20줄을 취소했다. A 씨는 김밥을 다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A 씨는 “취소는 불가하다”며 준비해둔 김밥 40줄을 예정대로 배달했다. 잠시 후, 김밥을 받은 고객은 “주문 취소한 20줄을 먹지 않고 다시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결국 남은 김밥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문제의 고객은 한술 더 떴다. 청구된 김밥 값 12만 원을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문취소한 20줄은 ‘강매’라는 것. 고객은 A 씨에게 선심 쓰듯이 “10만 원으로 퉁치고, 현금영수증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고객에게 "무슨 경우냐"고 따졌지만, 돈을 받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고객은 “김밥가게 문 닫고싶냐”고 협박으로 받아쳤다. A 씨는 “기분은 기분대로 나쁘고, 돈은 제대로 못 받고 매우 억울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 직전 취소시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처럼 배달음식점도 최근 ‘노쇼(no show)’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진상 고객들이 전화로 배달 음식을 주문한 후, 변심을 이유로 무작정 취소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인 우리나라 주문 시스템은 선 주문 후 결제다. 고객이 음식 수령을 거부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음식점이 떠안게 된다. 요즘은 배달 앱 등을 이용해 주문과 동시에 결제도 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현장 결제가 더 활발하다. 배달음식점의 노쇼 유형은 다양하다. 배달 직전이거나 배달 중 갑자기 집을 비우게 됐다며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일방통보형’이 대표적이다. 무응답으로 응대하는 고객도 있다. 집 앞에서 아무리 벨을 누르고, 전화를 걸어도 묵묵부답인 '무응답형' 고객이다. 마지막으로 ‘발뺌형’이 있다. 음식을 주문한 주소지로 갔지만 돌아오는 답은 “배달시킨 적 없다”는 것. 이 경우, 장난 전화일 가능성도 있다. 고객의 전화번호와 주소만 알고 있는 가게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노쇼 위약금 규정’을 시행했다. 예약만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고객에게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예약 시간은 1시간이다. 즉, 예약시간을 1시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은 예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배달음식점 업주들은 “예약금 자체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객을 유치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2) 씨는 “지방에는 아직 예약금 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았다”며 “배달 음식점이 예약금을 받으면 손님들에게 ‘유별난 가게’로 찍히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동네 장사는 경쟁 가게들이 많기 때문에 손님들의 눈 밖에 나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이에, 일부 음식점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쇼 고객 발생에 대비한다. 보통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업주가 운영하는 소규모 가게에서 이뤄진다. 족발가게 업주 김모 씨는 “노쇼가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노쇼 고객, 진상 소객을 따로 기재해놓은 메모장이 있다”며 “요즘에는 포스기에 전화번호가 뜨니까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쇼 해결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 씨는 “소비자가 왕이라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것”이라며 “소비자 권리만큼 의무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고객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박 씨는 이어 “우리는 고객과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먹고 산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쇼에 대한 규정을 꾸준히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건전한 예약 문화 조성 및 소비자 인식 제고를 위해, 신설 강화한 예약 부도 위약금 기준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그 효과 등을 살펴보고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한 사항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ㄱㄴㄷ 2019-02-08 11:57:07
예약 부도를 내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거지? 놀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