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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맛집 방송이 오히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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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맛집 방송이 오히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 취재기자 이승주
  • 승인 2019.09.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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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방송에 소개된 맛집 전국에 1만 곳 추정돼
한 건물에 방송 탄 맛집 수두룩...실망하고 돌아서기도
방송 출연대가 돈 요구...소비자 우롱하는 맛집도 있어
평소 맛집 방송을 즐겨 보는 학생 김지원 (26, 서울 강동구) 씨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을 볼 때마다 찾아가 보는 것이 취미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특별해 보이던 음식점들이 대부분 찾아가 보니 평범했거나 기대에 못 미쳤다. 김 씨는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이 맛있게 먹으며 찬사를 보내는데 실제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맛집을 검색하면 TV출연 여부를 알 수 있다(사진 : 네이버 지도 캡처).
포털사이트를 통해 맛집을 검색하면 TV출연 여부를 알 수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TV를 켜보면 맛있는 식당 ‘맛집’을 소개해주는 일명 맛집 방송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맛집 방송의 대표 격이었던 ‘생생정보통’, 총 302부작의 ‘식신로드’를 포함해 현재까지 진행 중인 220회 ‘수요미식회’, 238회 방송된 ‘맛있는 녀석들’까지 맛집 방송은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하지만 방송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골목마다 방송에 소개된 음식점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에서 특정 구역 맛집을 검색하면 한 골목에도 어떤 음식점이 어떤 방송에 소개됐는지 나오는 상황이다. 입소문이 중요한 요식업계에서 이른바 방송 출연 맛집이 너무 많아져 소비자들의 결정에 방해를 주고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 음식점은 소외당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먹자골목. 방송에 출연했다는 입간판이 곳곳에 세워져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먹자골목. 방송에 출연했다는 입간판이 곳곳에 세워져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1년간 맛집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음식점은 1만여 곳에 가깝다. 심지어 한 건물에 각각 다른 방송을 통해 소개된 떡볶이집이 있는가 하면 서울의 먹자골목에는 음식점 입구마다 방송에 소개됐다는 입간판이 세워져있다. 직장인 정영은 (26, 서울 마포구) 씨는 “가게 입구마다 방송 출연을 홍보해서 이제 오히려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집이 희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 맛집의 인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SNS를 통해 한 음식점의 셰프는 방송국에서 방송 출연을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맛집으로 소문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아닌 방송 출연의 댓가로 음식점이 돈을 지불하는 형국이다. 방송 출연을 한 식당 또한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복(58, 서울시 송파구) 씨는 “TV프로에 출연을 해서 손님들이 몰려들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며 “결국 음식점에는 음식이 맛있어서 소문이 나야한다”고 말하며 방송출연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방송의 출연진들이 평범한 음식점도 아주 특별한 것처럼 말하며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석원(52 부산 해운대구) 씨는 “방송에 출연한 음식점에 가족과 외식하러 갔는데 너무 맛이 없어 화가 났다”며 “이제는 오히려 방송에 나왔다는 음식점은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 맛집에 주변 음식점이나 이웃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철훈 (42, 서울시 송파구) 씨는 “솔직히 주변 음식점들보다 맛이나 서비스에서 자신이 있는데 다른 음식점들이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사람이 몰린다”며 “요즘은 방송 출연이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 밖의 다른 사례도 있다. TV프로 ‘골목식당’에 출연한 돈까스 집은 유명세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대기 손님에 계속 주민 민원이 들어와 이사를 결정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의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캡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의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캡처).
대한민국 방송에서 맛은 맛이 갔다’는 내용을 담은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 쇼’는 한국 맛집 방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맛집 방송 믿을게 못되네”,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만이고 사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 맛집 방송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맛집을 검색할 땐 인터넷과 방송 출연 여부를 통해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도 음식점 점주들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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