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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1년, 현장 노동자들은 “변화 없다”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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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1년, 현장 노동자들은 “변화 없다” 일침
  • 취재기자 김태연
  • 승인 2019.10.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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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후 조사에서 노동자들, “고객 갑질 여전”
개인 업소에 감정 노동자 배려 안내 문구 없는 경우 다수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입니다.” “당신의 친절한 말 한마디 당신의 품격입니다.” 최근 각종 업소의 계산대나 안내데스크 앞에 이 같은 문구들이 게시돼 있다. 이는 2018년 10월 18일부터 개정,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감정노동자보호법’의 일환으로 고객들에게 감정 노동자들을 배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백화점이나 콜센터 직원에 대한 고객 갑질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개정된 바 있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정작 현장에서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들은 법 개정 전과 후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각 업소의 사업주는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들이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당하지 않게 사전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 감정 노동자 보호법은, 사업주에게 ▲고객을 응대하는 노동자를 보호해 달라는 취지의 고객안내문 부착 ▲문제를 일으키는 고객을 대처하는 업소 자체의 대응 매뉴얼 마련 ▲근로자의 건강 장해 예방 조치는 물론, 사고 발생 시 근로자의 정신 건강을 위한 상담 지원이나 고소 고발 등을 지원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사업주가 이런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1차 위반 시 300만 원, 2차 위반 시 600만 원, 3차 위반 시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업주가 보호조치를 요구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개정 이후, 폭언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가 게시된 가게가 늘었다. 화장품이나 생필품을 모아놓고 파는 대부분의 드럭스토어 계산대 앞에는 “지금 응대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 여러분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고객은 물건을 계산하면서 해당 문구를 볼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계산 카드 단말기 바로 앞에 비슷한 취지의 노동자 보호를 요구하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GS리테일 회사는 산하 계열사인 GS25, GS수퍼마켓, 랄라블라 매장에 근무하는 현장 직원들을 위한 안내 문구를 매장 곳곳에 비치하는 상호 존중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전국의 GS25, GS수퍼마켓, 랄라블라 매장의 계산대 앞면에 부착된 문구(사진: GS리테일 홈페이지).
전국의 GS25, GS수퍼마켓, 랄라블라 매장의 계산대 앞면에 부착된 문구(사진: GS리테일 홈페이지).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는 대형 공연장에도 고객 응대 노동자를 보호해달라는 문구가 쉽게 보인다. 공연장 로비에는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당신! 진정한 고객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엑스배너가 설치돼 있고, 객석 입구에는 동일한 문구가 적힌 작은 배너가 비치돼 있다. 또한, 공연안내원들은 유니폼에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친절한 말 한마디”가 적힌 배지를 달고 근무한다. 부산 대연동의 부산문화회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생 김세인 씨는 “올해 6월부터 회사의 지시로 가슴에 근로자 배려 배지를 달게 됐다. 얼마 전에는 정직원들과 함께 감정노동자 보호 교육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공연장 객석입구에 감정노동자보호법 배너가 비치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부산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공연장 객석입구에 감정노동자보호법 배너가 비치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콜센터에서는 고객이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에 고객들에게 상담 시 매너 있는 말투를 요청하는 자동 녹음된 멘트가 나온다. 부산문화회관 공연장 고객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권민선 씨는 “올해 고객지원센터가 새로 생겼는데 회사의 방침에 의해 상담 고객들의 전화가 오면 ‘고객 응대 근무자를 배려해 달라’는 간단한 멘트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문화회관 공연장 공연 안내원의 유니폼에 달린 뱃지에 감정노동자를 보호하자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부산문화회관 공연장 공연 안내원의 유니폼에 달린 뱃지에 감정노동자를 보호하자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하지만, 고객들에게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나 멘트가 있는 근무지에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이런 문구가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전과 후 감정노동자를 대하는 고객에 관한 통계 결과에도 나타나고 있다. 시행 전인 2015년 인권위가 감정노동자 34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통업 서비스, 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1%가 조사시점으로부터 1년 내에 고객에게서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시행 후인 2019년 대전시 노동권익센터가 대전시내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8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71%가 언어적 폭력을 겪었으며, 신체적 폭력을 겪은 비율도 1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조사의 대상이 달라 과학적인 비교는 될 수 없지만, 수치상 감정노동자법 시행 전과 후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개정 한 달 후인 2018년 11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대전지역 콜센터 종사자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정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욕설과 폭언 등의 언어적 폭력을 받은 횟수는 월 평균 5.41회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문화회관 콜센터의 권 씨는 “법 시행 전과 후 아직 체감 상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상담 중 화를 내며 소리 지르는 고객이 있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일반 편의점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도 보호법 개정 이후 달라진 점을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부산 개금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정희정 씨는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한 물건이 카드단말기에 찍히는 것도 잘 보지 않는데 카드단말기에 부착된 노동자 배려 문구를 보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의 한 드럭스토어에서 근무하는 권경은 씨는 “감정근로노동자를 보호하자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쓰여 있어서 그런지 계산 중에 문구를 읽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한 드럭스토어 계산대에 부착된 문구는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부산 해운대 한 드럭스토어 계산대에 부착된 문구는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부산문화회관 직원 김세인 씨는 화를 내는 고객들은 유니폼에 달려있는 배지를 잘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근로자의 유니폼에 붙어있는 배지를 보고 우리를 배려하는 고객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효과는 없고 근무할 때 배지가 움직여서 불편해서 떼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자 배려 문구를 아예 붙이지 않는 업소들도 많다. 프랜차이즈 대형 카페가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업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부산 연산동의 소규모 개인 카페에서 일하는 김영주 씨는 반말하는 사람,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사람, 이름 없는 업소라고 알바생들을 막 대하는 다양한 진상손님 등을 요새도 자주 만난다. 김 씨는 “우리 카페에는 감정노동자 배려 문구도 게시되어 있지 않다. 문구가 붙어 있으면 진상 손님이 줄어들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에서 화장품 업소의 나레이터로 일하는 박모 씨의 근무지에는 감정노동자 배려 안내 배너나 배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 나레이터라는 일의 특성상 길거리의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진상 고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중 최악은 성희롱하는 손님이다. 근무 중에 껴안고 도망가는 손님부터 몰래 촬영하다 걸린 손님도 있다. 박 씨는 최근 성희롱하는 손님은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한다. 박 씨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때문이라기 보단 미투 폭로 사건 등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희롱이 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강제성이 있으므로 업소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18년 10월 개정되었기 때문에 개인 카페 등 소규모 업장은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모든 곳에는 해당 문구를 게시하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불시에 감정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업소를 방문하여 안내 문구가 비치되어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단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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