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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 시행 2년 째, 현장은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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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 시행 2년 째, 현장은 ‘오락가락’
  • 취재기자 김해림
  • 승인 2019.10.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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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스티커 부착한 곳은 많지만, 휴지통 있는 화장실 여전
미화원들, “바닥이 오물 천지라 휴지통 설치 어쩔 수 없다”
2017년 7월 26일 행정안전부에서 내놓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을 두어 생기는 악취, 해충 방지, 위생을 위해, 2018년 1월부터 공식적으로 화장실 개별 칸막이 내부에 휴지통을 설치할 수 없게 됐다. 이 법이 시행됨에 따라, 화장실 칸막이 내부에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 스티커 미부착 시 벌금이 부과된다. 여자 화장실의 경우, 화장실 전체 또는 개별 칸막이 내에 여성용품 수거함을 따로 설치하고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버릴 수 있도록 했다.
행정안전부에서 내놓은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 스티커. 지난 2018년부터 모든 공중화장실 칸막이 내부에는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어야 하지만, 미부착된 공중화장실이 여전히 존재하는 실정이다(사진: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행정안전부에서 내놓은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 스티커. 지난 2018년부터 모든 공중화장실 칸막이 내부에는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어야 하지만, 미부착된 공중화장실이 여전히 존재하는 실정이다(사진: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우리나라는 80년대에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세식으로 급히 변화됐다. 재래식 화장실은 화장지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신문지 등 질이 떨어지는 휴지를 사용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분뇨를 모으지 않는 외국과 달리 오래전부터 분뇨를 비료 용도로 모았으며, 휴지를 변기통에 같이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수세식이 생긴 후에도 여러 곳에서 막 휴지를 사용했고 이를 변기에 버리는 과정에서 수세식 변기가 자주 막히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휴지를 화장실 칸막이 안휴지통에 따로 버려달라는 안내문이 부착됐고, 대부분 화장실 칸막이 안에는 휴지통이 비치됐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실 전용 휴지는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변기에 버려도 무관하다. 외국인들이 화장실 칸막이 안에 놓인 휴지통과 그 안에 버려진 휴지의 냄새를 혐오한다는 비판에 따라서, 이제는 휴지를 휴지통이 아닌 변기에 버리라는 안내문이 붙으면서 ‘화장실 없는 휴지통’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화장실 내 악취와 해충 감소 등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휴지통 없는 공중화장실’이 실행되고 있지만, 모든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다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곳곳 공중화장실에는 휴지통이 비치돼있다. 이 때문에 공중화장실 사용자들에게 휴지통 유무에 따른 혼란을 준다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 영화관 내 공중화장실(왼쪽)과 한 대학교 기숙사 건물 안 공중화장실(오른쪽)에 쓰레기통이 설치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해림).
한 영화관 내 공중화장실(왼쪽)과 한 대학교 기숙사 건물 안 공중화장실(오른쪽)에 쓰레기통이 설치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해림).
대학생 하선운(28,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학교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 하 씨는 “학교 내 화장실에는 변기가 막히니까 휴지를 휴지통에 넣으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휴지통도 아직 놓여 있다. 이왕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을 시행한 이상, 빨리 학교 화장실에도 휴지통을 없앴으면 좋겠다. 외국에는 이미 휴지통 없는 화장실뿐이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모든 교내 화장실에 휴지통을 없애고 화장실 전체용 대형휴지통 하나만 놓여있다. 부산 신정고등학교 행정팀 관계자는 “학생 화장실과 교직원 화장실 모두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휴지통을 없앴다”며 “학생들에게 휴지는 변기에 넣고 다른 이물질은 대형휴지통에 넣도록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한 역 여자 화장실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는데도 휴지통이 놓여있다. 이는 미화원들이 청소에 고충이 있어서 임시로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 때문에 공중화장실 사용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실정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해림).
부산 지하철 2호선 한 역 여자 화장실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는데도 휴지통이 놓여있다. 이는 미화원들이 청소에 고충이 있어서 임시로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 때문에 공중화장실 사용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실정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해림).
부산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면을 관할하는 부산진구 내 공중화장실의 경우, 아직 화장실에 휴지통이 존재한다. 부산진구청 청소행정과 임재홍 씨는 “공공기관은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실시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상가 전체 화장실을 관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임재홍 씨는 “하지만 구민들을 위해 진구 내 상가에 위치한 개방형 공중화장실은 휴지통을 없애는 방향으로 계도하고 관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역으로 복무 중인 김서백(22) 씨는 휴가를 나와 시내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면서 휴지통이 여전히 있음을 확인했다. 김 씨는 “휴지는 변기에 넣어달라는 문구가 있는데 칸막이 안에 떡하니 휴지통이 있었다”며 “어떻게 하라는 건지 혼란스럽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개정된 법이 시행된 이후, 휴지통이 없는 공중화장실에는 화장실 내부 바닥에 휴지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이게 화장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휴지통을 치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한 역 여자 화장실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 스티커가 붙어져 있지만, 휴지통이 놓여있다. 미화원 박명희(가명, 51) 씨는 “원래는 휴지통을 두면 안 되는데, 하도 사람들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서 임시로 휴지통을 놔뒀다”며 “심지어 휴지통을 둬도 바닥에 휴지를 버리니까 골치 아프다”고 대답했다. 부산교통공사에서는 부산의 모든 역사 화장실 칸막이 내에 휴지통을 없애는 대신 화장실 입구에 대형 휴지통을 설치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화장실 위생을 위해 부산 전체 역사에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전면 시행했고, 더군다나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화장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는 점이 문제였다. 고객들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에 적극적인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역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전면 시행했다. 부산울산고속도로 장안휴게소의 경우, 모든 화장실 칸막이 내에 휴지통을 두지 않고 있다. 부산울산고속도로 장안휴게소 상품 주임 관계자는 “휴게소 화장실 내에 대형 휴지통을 두고, 칸막이 내에는 위생상 휴지통을 두지 않았다”며 “외관상으로도 위생이 나아진 게 보인다”고 전했다. 카페 브랜드 할리스 커피는 화장실 칸막이 내에 휴지통을 두고 ‘휴지를 휴지통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부산의 한 할리스 커피 매장 직원 한정인(가명, 23) 씨는 “카페 고객들이 화장실 안 바닥에 휴지나 음료를 버리는 일이 많아서 휴지통을 뒀다”라며 “그래도 변기가 자주 막혀서 변기에 휴지를 버리면 뚫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화장실 안 어디에도 대형 휴지통이 없어서 여성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유림(23) 씨는 영화관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여성용품 처리 때문에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김 씨가 화장실을 갔을 때 개별 화장실 내에 휴지통이 없는 것은 물론 화장실 전체 공용 휴지통마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칸막이 내 휴지통이 없는 것은 그렇다 쳐도 화장실 어디에도 대형휴지통 하나 없어서 놀랐다”며 “시청이나 구청에서 제대로 통일된 정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공중화장실 내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시행된 지 약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실제 생활공간에서는 혼동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시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에 맞춰서 시민들의 공중화장실 사용 에티켓을 알리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부산 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중화장실 위생에 더욱 신경 쓸 것”이라며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이 화장실 위생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으므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에 적응하도록 시민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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