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하면서 손님에게 폭언, 성희롱 등을 듣는 것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익숙한 일이다. 그 중, 좁거나 1인 운영인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더 심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강 씨(23)는 손님들한테 무례한 폭언, 성희롱 등을 많이 듣는다.
편의점과 같은 좁고 1인 아르바이트생으로 운영되는 가게들을 살펴보면 다른 곳보다 손님의 폭언에 취약하다. 알바노조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4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2017)를 보면, 폭언·폭행을 경험한 아르바이트생은 전체의 54.5%에 달했다. 근무 형태별로는(복수 응답 허용) 야간 근무자가 62.6%고, 주간 근무자가 49.8%이다.
역시나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성희롱 피해도 66%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722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31%가 근무 중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씨는 편의점에서 1년 동안 일하고 있다. 일할수록 사람 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1년 사이 폭언과 성희롱이 강 씨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강 씨는 “편의점 일을 하면서 사람이 너무 싫어진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중장년층이 막말과 성희롱이 심하단 것을 강 씨는 느꼈다. 강 씨는 봉투 값도 달라고 하기가 조심스럽단다. 막말을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강 씨가 봉투 값을 달라고 했을 때, 강 씨는 돌멩이로 머리를 찍을 거라는 손님의 폭언을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봉투 값 내는 게 싫어서 동전을 던지고, 삿대질에 욕은 기본이다. 안 그래도 어두운 동네에 있는 편의점이라 강 씨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불안하다.
강 씨는 폭언뿐만 아니라 성희롱에도 항상 노출돼있다. 키가 작은 편인 강 씨는 중장년층의 남자들한테 ‘키가 아담해서 좋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노골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강 씨는 화나고 무섭다.
손님 중 계속 강 씨의 신상 정보를 묻고, 전화번호를 달라하거나, 드라이브 가자는 둥의 소리를 한다. 강 씨는 일할 때 편한 레깅스를 종종 입는데 노골적으로 다리를 훑는 시선도 많다고 한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까지 강 씨를 불쾌하게 한다. 강 씨가 물건을 건넬 때, 일부러 손을 스치거나 잡는 행동을 한다. 심하게는 엉덩이를 툭 친다고도 한다. 강 씨는 “불쾌한 기색을 내면 오히려 더 큰소리를 내면서 화내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 씨(23)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씨는 중장년층에게 듣는 ‘딸 같아서’라는 말이 제일 싫다. 딸 같단 이유로 선을 넘기 때문이다. 손님은 이 씨에게 딸 같단 이유로 볼을 꼬집고, 손을 잡았다. 또 이 씨에게 오빠라고 부를 것을 강요하거나 전화번호를 달라고 떼 쓰는 손님도 있다.
이 씨가 제일 불만인 건 손님이 이러는데도 편의점 점주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씨가 성희롱 등 불편한 점을 얘기해도 손님이 줄어들까 봐 점주는 넘어가라고 한다. 편의점 점주는 이 씨에게 ‘손님이 줄어들면 안 되니까 참아라’라고 한다.
이 씨는 분명한 범죄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당황스럽다. 편의점을 그만두면 생활비가 막막한 이 씨는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사장이 나서서 더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라며 “손님도 문제가 있지만, 가만히 있는 점주는 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안전 및 범죄 대처 교육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노조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4%가 안전·범죄 대처 교육과 관련해 "어떤 교육이나 지침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16.7%만이 "문서 등으로 지침을 받았다"고 답했다. "본사에서 정기적인 교육과 점검을 한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일부 편의점은 전화기를 들면 바로 경찰이 올 수 있는 시스템이나 경찰순찰 등을 마련하긴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그것만 믿기엔 너무 위험하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폭언이나 성희롱 등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