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친구와 야구장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야구를 보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60대 어르신이 난감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카카오톡으로 지인에게 사진을 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고군분투하다 내게 사진 전송 방법을 물어본 것이었다. 지극히 간단한 그 일을 알려 드리자, 어르신은 고맙다며 내게 인사하던 모습을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50대 후반인 내 부모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없으면,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지 못해 항상 같은 곳에서만 시키거나, 카운터가 없으면 영화표도 제대로 발권하기 힘들다. 겨우 카카오톡의 기능을 익혀 사용하고 있지만, 그 외에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는 아직 버거운 존재다.
이처럼 디지털기기가 확산되고, 사회도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연령층은 소외되기 십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의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3.1%에 불과했다. 이제는 배달, 연락, 금융, 구매 등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뤄지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래그(digital lag,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상)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내년 9월부터는 종이통장이 점차 사라질 것이고, 앞으로 전자증명서도 확대될 예정이다. 이미 존재하는 키오스크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제주항공에서는 대기시간 단축과 빠른 서비스를 위해 국내선 탑승권을 카운터에서 발급 시, 고객에게 수수료 3000원을 부과한다. 모바일이나 키오스크로 탑승권을 발급받지 않으면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안내문을 보는 순간 제일 먼저 노년층에 대한 걱정부터 들었다. 이제는 정말 디지털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살기 힘든 시대가 온 것이다.
빠르게 디지털로 바뀌는 사회에서 키오스크나 모바일 금융 등 디지털을 규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들을 다 늦출 순 없는 노릇이다. 규제보다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디지털에 더 적응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업장에서 키오스크가 몇 대 이상이면 안내원을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정부가 기업과 손을 잡고 노인들이나 취업이 어려운 경증 장애인들을 훈련시켜, 키오스크 안내원으로 고용해 같은 위치에서 알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키오스크를 통일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키오스크는 사업장마다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서 하나를 익혀도 다른 곳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려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가 없는 고령층을 위해 카드와 현금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일시켜 어디서든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키오스크의 글자 크기를 키우고, 영어 대신 한글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넣고, 시간제한이 없는 고령층 전용 키오스크를 만들어 고령층이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스마트폰, 폰뱅킹 교육이나 특강 등을 개최해 조금 느리지만, 기본적인 스마트폰의 기능들은 혼자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나 청년들이 노인들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쳐주는 봉사를 확대시켜, 명절 기차표를 함께 예매하거나, 앱으로 배달을 시켜보는 프로그램도 유익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거나 귀찮다는 이유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법에 대한 동영상이나 그래픽으로 세세하게 튜토리얼을 넣어, 그것을 보면 누구나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배달 앱 같은 경우, 회원가입은 어떻게 하는지, 주문은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앱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그 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디지털 소외계층의 배우려고 하는 태도다. 다른 계층들이 많은 노력을 해도 고령층이 디지털을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배우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버거울 수 있지만, 계속 시도하고 적응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디지털화된 사회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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