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 들어가면, 주문과 결제를 사람을 통해서가 아닌 무인 주문기로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또 직원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기계만 남아있는 무인 매장도 하나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우리가 무인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인화가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무인화로 인한 사회의 변화가 오로지 긍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언론들은 무인 주문, 계산기 도입으로 인해 주문의 어려움을 느껴 주문을 포기하거나, 단골이었던 식당이나 카페에 발길을 끊는 노인들의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무인화로 인해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현상 경험 빈도수가 이전보다 더 늘어나게 됐다는 걸 보여준다. 무인화는 젊은 세대들에게나 좋은 친구지만, 노인들에게는 자신을 사회적 왕따로 만들어 주는 나쁜 가해자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도 디지털 소외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외할머니다. 70대인 나의 외할머니는 무인주문기를 사용하는 것이 미숙해 다른 가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주문하지 못한다. 또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 사용방법도 몰라서 저번에는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영강습을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는 걸 알고 포기한 적도 있다. 무인화가 보편화되면서 외할머니는 예전보다 바깥에서 활동하는 빈도를 줄였다. 무인기계를 다루지 못해서 받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디지털 소외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말만 거창할 뿐, 현실에서는 부질없는 헛수고나 마찬가지다. 실질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받으러 가는 노인들은 거의 없을 뿐더러 배운다고 해도 여전히 이를 어려워하거나 쉽게 잊어버리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작정 노인들을 변화시킬 생각을 하지 말고, 먼저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부터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무인 기계를 사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기 바쁜 사람들 때문에 디지털 소외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져만 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노인들에게 따가운 눈초리가 아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작은 불길이 모여 커다란 들불이 된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사소한 도움들이 모여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문제 해결이라는 보람 있는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