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들이 죽은 영혼과 공존하는 곳,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을 가다 / 송민아 기자
부산에는 6.25 때 전국의 피난민들이 몰렸다. ‘감천문화마을’은 원래 신흥종교였던 태극도 신자들이 피난 와서 판잣집을 짓고 살던 게 기원이었고, 문현동의 ‘무덤마을’은 피난민들이 죽어서 하나둘 뭍힌 곳이었다. 아미동 ‘비석마을’은 내력이 일제강점기로 더 올라간다. 주민들이 날아다니는 도깨비불을 보았다거나, 꿈속에서 일본 귀신을 보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난무하는 이곳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공동묘지였다. 6.25 때 피난민이 넘쳐 수용할 공간이 없자, 부산시는 피난민들을 이곳 아미동 공동묘지로 강제로 정착시킨 것이다. 묘지 하나에 한 가구. 묘지 경계석은 담이 되고, 비석은 천막의 기둥이 됐다. 지금도 이 마을 곳곳에는 비석이 주춧돌, 돌담, 계단 재료가 되어 있다. 나중에 인근 아미산에는 일본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대성사라는 절이 들어 섰다. 최근에 아사히 신문에 대성사가 소개되면서, 외국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는다. 아미동 비석마을은 죽은 자와 산 자가 나란히 공존하는 곳, 생명 윤회가 느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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