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나 다단계 판매 등에는 적용 안돼...걸핏하면 오작동 일으켜 가입자도 불편 / 박준우 기자
휴대전화에 가입할 때 명의 도용을 막기 위해 신분증 스캐너 제도를 전면 도입했지만 위변조 신분증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방문판매 등은 이 규제에 해당되지 않아 차별적 규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지난 1일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가입자를 받을 때 신분증 스캐너를 이용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신분증 스캐너는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전산 스캐너와 비슷한 형태로, 신분증의 위조 여부를 파악한 뒤 개인정보는 저장하지 않은 채 이동통신사 서버로 정보를 전송한다.
그러나 휴대전화 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제도 시행 첫날 이는 ‘골목상권에 대한 차별 규제’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신분증 스캐너 전면 도입을 금지하도록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KMDA 관계자는 “방문 판매나 다단계 판매 등에는 신분증 스캐너가 아닌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며 “일선 유통점에서만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으면 개통이 불가능해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일한 신분증 스캐너 기술로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지만 KAIT가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했다”며 “이 업체의 시스템에서 결함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데도 계약을 맺은 경위를 포함해 제조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위변조한 신분증을 스캐너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등 기능적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선 대리점과 고객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인들이 휴대폰을 팔아주려고 하다가도 신분증 스캐너 때문에 고개를 흔든다”고 한숨을 쉬며 “매장까지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집 근처에 널린 대리점을 두고 여기까지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학생 김성진(25,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씨는 “주말에 휴대폰을 개통하러 갔다가 멀쩡한 신분증이 위변조 신분증으로 인식됐다”며 “대리점에서는 신분증이 오래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렇게 주먹구구식이라면 신분증 스캐너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동 통신 대리점 직원인 B 씨도 “위변조 신분증으로 의심되더라도 매장의 승인이 있으면 개통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위변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대리점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MDA 관계자는 “KAIT는 정부기관과 이동통신 3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단체”라며 “계속해서 법적 조치와 단체 행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에 따른 논란이 장기화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