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상인들에게 손님이란 왕이 아닌 호구에 불과해
최근 60대 여성이 휴대전화 대리점에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과도한 휴대전화 요금이 화근이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60대 여성 A 씨는 해당 대리점에 요금제 해지를 요청했다. A 씨의 요청에 점장은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A 씨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기름을 들고 다시 대리점으로 향했다.
매장 안에 기름을 뿌리고, 라이터 불을 켜 점장을 위협하는 등 A 씨의 행동만을 보면서, 누군가는 그녀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수도 있다. 그녀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며 A 씨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나에게 그녀의 행동들은 사회적 약자의 발버둥처럼 보였다. 인지능력이 저하된 장년층의 존재는 ‘폰팔이(이동통신사 직원을 낮잡아 부르는 단어)’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용당하기 쉽고, 대처하기는 어렵다.
나의 추정이지만 개통 과정에서 점장이 A 씨에게 실제 납부 금액 등 세부사항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예상치 못한 높은 액수가 적힌 고지서를 보고 그녀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요금제 해지를 신청한 A 씨에 대한 점장의 미온한 대처는 그녀의 화를 더욱 돋우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화와 위협은 A 씨의 최후의 선택이자 발악이었을 것이다.
손님(고객)이 왕이라는 말이 통용되던 때는 이제 흘러간 과거일 뿐이다. 대리점 주인이 A 씨를 왕처럼 모셨다면 이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폰팔이들의 만행은 노인을 넘어 이제는 장애인까지 이용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폰팔이에 대한 시선은 고울 리가 없다.
지난 4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은 장애인 대상 휴대폰 연속가입 피해 접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용에 따르면, 폰팔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휴대전화 액정 필름이나 케이스를 교체해주겠다며 매장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들은 매장 안에서 고객들에게 기기 변경을 유도하고, 기기 반납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고객의 의견을 무시하고 신청서에 서명을 강요하며 억지로 기기를 개통하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다.
법원권근(法遠拳近). 이는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이 있음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자칫 야만적인 생각일 수 있으나, 이보다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보다, 미친놈이라 찍힌 낙인이 이 사회에서 더 강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법이란 본래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으나. 언제부턴가 강자들의 악용 대상이 됐다. 법이 사회적 약자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이들은 결국 주먹을 쥘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