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 "멀쩡하게 잘 하고 있는데 왜 건드리나" 반발...자유한국당, "자율 규제" 뒷북 정정 / 김한솔 기자
편의점의 심야영업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자, 편의점주들과 시민들은 실상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6일 ‘골목상권 보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골목상권 보호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자회견 전문을 보면, 골목상권 및 임차상인의 영업권을 보호 강화하겠다는 방안 중에 가맹점주의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기업 가맹 사업의 과도한 영업행위를 제한하겠다," "편의점 간의 영업 거리 제한기준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과도한 밀집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은 공감을 얻을 만한 방안이다. 그러나 반발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편의점의 심야 영업을 금지(자정 ~ 06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편의점주들과 시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심야영업 금지를 내건 배경은 24시간 영업을 없애 가맹점주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 그러나 많은 편의점주는 편의점의 심야 영업은 이미 자율적으로 시행돼 새삼 문제될 게 없는 터에 느닷없이 심야 영업을 금지하겠다는 건 현실과 괴리된 방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비판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편의점의 심야영업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미 편의점의 심야시간대 영업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며 “이 같은 방안이 나온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 전형적인 탁생행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보면, “가맹본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다른 편의점주 B 씨는 편의점의 심야 영업을 막겠다는 것은 장사에 직격탄을 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편의점의 야간 영업을 금지하면 매출에 크나큰 손실이 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편의점주들은 심야시간대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금지하면 어쩌라는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심야영업 금지 추진방안에 “정치인들은 편의점이 왜 편의점이라고 불리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직장인 남경완(29, 부산시 남구) 씨는 “심야운영이야말로 편의점만의 독보적인 특성이 아니냐”며 “만일 편의점이 야간에 영업을 못하면 새벽에 상비약을 사러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을 찾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1%가 ‘심야에도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자유한국당은 편의점의 24시간 심야영업을 금지하겠다는 발표 내용에 편의점주와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가맹점주가 영업시간을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서둘러 정정했다. 뉴시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부 표현상 오해로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있어서 그 내용을 정확히 알리고자 한다"며 "가맹점주가 원할 때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