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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만을 위한 기차 여행티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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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만을 위한 기차 여행티켓이 있다
  • 조난희
  • 승인 2013.01.16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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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딱 맞는 여행이 아닐까요?”

두 달 전, 내일로 여행을 갔다 온 대학생 최준성(25) 씨가 내일로 여행에 대해 가장 먼저 한말이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있었던 최 씨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났다. 단 한 번도 멀리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그는 멀리 여행을 떠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내일로’ 라는 여행 상품을 알게 되었고, 바로 내일로 티켓을 끊어 여행을 계획했다.
‘내일로’는 여름 및 겨울 방학시즌에 열차를 타고 전국 어디든지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만을 위한 초저가 특별상품으로 기획되었다. 내일로 티켓 사용 시작일 기준으로 만 25세 이하의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등록번호를 발급받거나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이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5만 4700원으로 요일 구분 없이 연속 7일간 이용 가능하다. 전 노선의 새마을호, 누리로, 무궁화호, 통근열차의 자유석 및 입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KTX도 50%의 할인된 가격에 두 번 탈 수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내일로 티켓이용자가 2007년 처음 들여왔을 때는 8000명이었으나 판매 4년차인 지난해는 21배인 17만 명으로 크게 불어났다. 방학 때인 여름과 겨울에 팔려 철도여행의 붐을 일으켰고 내일로 티켓으로 여행을 하는 청소년, 대학생을 가리키는 내일러(Railer)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젊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내일로’는 다소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최 씨는 6일 동안 전라남도와 대전을 돌아다니고, 마지막 날은 서울로 향했다. 처음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열차를 통해서만 이동해야 하는 제약으로 인해 이동시간이 많이 들 것 같아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애초부터 마음을 다 잡고자 계획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가득한 전라남도로 정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전라남도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담양 죽녹원을 뽑았다. 정자에 앉아서 넓게 펼쳐진 연못을 보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꿈꿔오고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이었는데 저의 그런 환상을 충분히 충족시켜줘서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가 담양 죽녹원을 기억에 남는 장소로 뽑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여행을 떠난 4일차에 그는 죽녹원을 구경했고, 죽녹원의 풍경에 한참 빠져있던 그에게 갑자기 한 여자애가 다가와 길을 물었다. 그 여자가 찾는 곳은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었고, 그와 같은 목적지여서 함께 가게 되었다. 서로 혼자서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행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얘기를 하다 보니 기차를 타고 대전까지 같이 갔다고 한다. 그는 “몇 시간을 함께 있었지만 저는 그 여자애의 이름과 나이를 전혀 몰라요. 혼자 쓸쓸하게 여행하던 중에 새로운 인연을 만난 것이 너무 즐거워서 이름과 나이를 물어 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혼자 여행하는 학생들은 뜻밖의 인연을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일로 티켓은 나이 제한으로 인해 주로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비슷한 또래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어 친근감을 느낀다.
신입생 강혜일(20) 씨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내일로 티켓을 신청해서 여행을 하던 중에 같은 지역에 사는 동갑인 남자애를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 순천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 그녀의 옆에 그 남자애가 앉게 되었고, 서로 혼자 여행을 하면서 지루함을 느꼈던 찰나에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한다. 그녀는 “나이도 같고 말도 서로 잘 통해서 순천을 함께 다녔는데 어색함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있어서 편하고 좋았죠”라고 말했다.

▲ 내일로 티켓
휴학 중인 전혜빈(23) 씨에게 내일로 여행은 잊지 못할 뜻 깊은 여행이었다. 현재 휴학을 한 상태인 그녀는 6개월 전에 휴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3학년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그녀는 4학년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4학년이 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본 주변 친구들은 그녀에게 내일로 여행을 추천해주었다. 그녀는 그 때 처음 내일로 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마음의 정리를 하고자 떠났다. 그녀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경치가 좋은 곳을 보면서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한 덕분에 압박감과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자신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한 끝에 휴학을 결정했다. 전 씨는 “혼자서 하는 여행이 처음이라서 두려움이 컸는데 막상 가보니깐 제 자신을 돌아볼 좋은 기회가 되었고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돌아와서 뭐든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기차를 이용해서 여러 곳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혹 예상치 못한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최 씨는 보성에서 녹차 밭을 구경하다가 버스를 놓친 적이 있다. 시간표까지 챙겨서 갔지만 버스를 놓쳤다. 버스가 오기까지 40분을 기다려야 했고, 기차시간은 30분 뒤였기 때문에 그는 할 수 없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고 노력을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3~4대 정도가 쌩 지나갔고, 마침 한 대의 차가 그의 앞에 세워졌다. 보성역을 가야 했던 그는 목적지를 말했고, 운전자는 흔쾌히 타라고 했다. 겨우 차를 얻어 탄 그는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탔던 차는 저랑 가는 방향이 달랐어요. 그런데 그 분들이 제 손에 카메라가 든 것을 보고 자신들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서 저를 도와주고 싶어서 태워줬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했다.
비용을 최소화하여 많은 곳을 구경하려는 목적과는 달리 맛집 탐방을 위해 떠나는 대학생도 있다. 평소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겨하는 변진희(23) 씨는 지역별로 유명한 음식을 맛 볼 목적으로 내일로 티켓을 끊었다. 아름다운 경치의 구경보다는 맛있는 음식의 구경과 맛보기를 원했던 그녀는 내일로 티켓의 4배 정도 비용을 식비에 썼다. 그녀는 “저한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내일로 티켓으로 인해 차비는 적게 들면서 여러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반면에, 나이제한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내일로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우종무(27) 씨는 이번 여름에 휴가를 받아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의 여자 친구가 여름휴가 때 내일로 여행을 함께 가고 싶어서 제안했지만 우 씨의 나이가 맞지 않아서 계획이 무산되었다. 좋은 여행상품에 나이 제한이 있어서 못마땅하다는 그는 “제 여자 친구는 대학생인데 저로 인해 같이 못가서 많이 섭섭해 하고 있어요”라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올해 26세가 된 김민주 씨는 “내일로 티켓이 만 25세까지 된다기에 올해 안에 무조건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기가 많은 내일로 티켓은 무한정으로 판매가 되는 걸까?
내일로 티켓은 하루의 판매량이 1500장으로 정해져있다. 1년에 여름과 겨울 시즌에 판매하는 내일로 티켓은 하루에 판매되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수만큼 팔리면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내일로 여행을 갔다 온 조대현(22) 씨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가 표가 다 팔려서 다시 돌아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다음날 일찍 가서 표를 샀어요”라고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며 말했다.
또한 내일로 티켓은 한 사람이 여러 번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다. 1년에 여름과 겨울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여름에 가고 겨울에 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날짜가 조금씩 변동이 있긴 하지만 보통 여름에 내일로 티켓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6월부터 9월 초까지이며, 티켓 발매는 5월 말부터 8월 말까지이다. 겨울 내일로 티켓 발매는 11월말부터 2월말까지이고, 이용가능기간은 12월초부터 2월말까지이다.

손 씨는 “제가 작년 여름에 내일로 티켓을 사서 여행을 갔다 왔는데 이번 여름에 또 가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더 많은 곳을 돌아보고 올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최 씨 또한 “저는 무조건 또 갈 거예요. 처음계획이 동해였는데 이동시간 때문에 가지 못해서 다음 내일로 여행은 동해 쪽 라인을 가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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