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의 수험표를 인터넷 포털 게시판을 통해 사고파는 행위가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매년 수능 후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다양한 업체에서 할인 이벤트를 벌이자, 수험생이 아닌 일반인들이 수험표를 사서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수험표 매매’가 빈번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수험표 지참 시 할인해주는 이벤트는 할인 폭도 높고 다양한 업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수험표 구하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는 수험표를 가지고 온 수험생과 동반 1인에게 입장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외식업체는 원하는 메뉴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또한, 일부 항공사는 비행기 탑승 할인가를 적용해 주고 있다. 게다가 수험생에게 성형수술 이벤트를 벌이는 성형외과도 등장해서, 일부 여성들이 수험표 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이렇게 비수험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수능 수험표를 구한다는 얘기가 인터넷 포털에 올라오자, 수험생들이 용돈벌이를 위해 수험표를 팔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수능을 치룬 박모(19) 군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인터넷 게임 거래 사이트에서 수험표를 사고파는 글이 많이 게시된 것을 보았다. 수능이 끝나 수험표가 필요 없기도 했고,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 군은 수험표를 5만원에 팔았다. 그는 “필요 없는 수험표를 필요한 사람에게 팔았으니 아 돈도 벌고 1석 2조”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역시 올해 수능을 치룬 권모(19, 부산시 북구 화명동) 군 또한 포털 게시판에 친구들과 함께 수험표를 판다는 글을 게시해 각각 6만 5000원씩을 벌었다. 권 군은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수능을 친 해에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며 용돈벌이에 흐뭇해했다. 수험표를 사고파는 것이 올해 더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수험표를 사려는 사람이 과거에 비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권 군은 “수험표를 판다고 글을 게시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서른 명 가까운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서 사고파는 수험표 가격은 적게는 1만 5000원에서부터 10만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성별 구분까지 적어서, 수험표를 사려는 사람이 자신의 성별에 맞는 것을 찾을 정도로 수험표 매매가 진화하고 있다.
수험표를 구입한 사람은 수험생 사진을 자신의 사진으로 고쳐 붙이고 할인 이벤트를 적용 받는데, 이 같은 행위가 가능한 것은 수능 수험표 자체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이 정교하게 만들어지지 않아서 업체가 가짜 여부를 가릴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는 외식업체 아르바이트생 김지은(22) 씨는 “수험표를 제시하는 데 신분확인을 일일이 하지 않는다. 수능 이벤트는 수험표를 보고 해주는 것이지 사람보고 하는 이벤트가 아닌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미용업체 원장 권수연(28) 씨는 “서비스업을 운영하는데 고객을 상대로 신분 확인을 까다롭게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것 같아 신분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험표 매매는 신상 정보의 무단 노출로 이어져 2차 범죄를 만들 수 있다. 수험표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서 대포 통장 개설, 보이스 피싱 등에 이용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