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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관심은 ‘지속적인 딴따라 질’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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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관심은 ‘지속적인 딴따라 질’을 낳는다
  • 부산광역시 이한나
  • 승인 2013.01.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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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바야흐로 장기하 신드롬이 불었다. 그의 노래는 현실적인 가사와 말하는 듯한 창법으로 대중의 귀와 감성을 자극했다. 그가 2008년 5월에 발표한 첫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는 1만 4,000장이 팔렸고 2009년 정규 1집 앨범 ‘별일 없이 산다’는 인디밴드 앨범 사상 4만 장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장기하를 시작으로 브로콜리 너마저, 검정치마, 아마도 이자람 밴드 등 인디 계에선 이름 꽤나 날렸던 그들도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앨범 판매량과 음원 차트 석권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언니네 이발관, 크라잉 넛 등 인디 1세대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인디 계에 다시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지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도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EBS 공감,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지상파에서 그들의 공연을 볼 기회도 많이 생겼다.

그들은 왜 인디음악에 열광하는가

대중이 평소 접하던 음악은 기교 섞인 창법과 하나같이 똑같은 틀에 찍어 낸듯한 멜로디였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의 귀는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들이 접한 인디음악은 분명히 새로운 것이었다. 즉, 대중들은 음악적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어 했고, 때마침 인디음악이 신기루처럼 대중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사회가 탈 근대화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개성을 추구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옷이며 신발, 모든 것 하나하나도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그 중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인디음악은 그들이 보기에 개성 넘치는 음악이다(물론 실제로도 그렇지만). 그들은 인디음악을 듣는 것 자체를 ‘난 남들과는 다르니까’라고 생각한다. 음악적 취향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우쭐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하의 앨범이 4만 장이 팔려나갔다는 것은 4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자신과 똑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다. 또한, 인디밴드들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들이 꾸준히 노력해오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대중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소외된 공간 속에서 그들의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 왔고 결국 그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음울하고 침침했던 그들의 지하실에도 한 줄기 빛이 찾아든 것이다. 그들의 노력에 비하면 이 성과는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노력의 꽃 몽우리는 생겼다. 이제 꽃이 활짝 피기만 기다리면 된다.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인디밴드들은 스스로를 비주류라 부르며 사회에서 확실히 소외돼 왔다. 홍대 지하 연습실은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베인 곳이었고, 그들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세상에서 아웃사이더가 되길 자청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해 하소연도 한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도 한다. 자신의 자존심인 음악만은 마음 한 칸에 자물쇠를 잠그고 모셔놓은 채 말이다.

그들을 이렇게 홍대 지하실로 내몬 건 사회인가? 아니면 그들 자신의 쓸데없는 자존심인가?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구조는 대형 기획사가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는 기이한 형태로 되어 있다. 인디밴드들이 아무리 앨범을 찍어낸다 한들 대형 기획사의 홍보나 전략에 맞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그들이 믿을 것이라고는 오로지 자신의 음악성 하나인 것이다. 물론 그들도 자신의 앨범의 판매량을 늘리고 싶어 한다. 애써 만든 음악인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허무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앨범을 홍보할 기회는 거의 없다. 고작 해봐야 클럽에서 공연을 하거나,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 등이 홍보의 전부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00명도 안 되는 홈페이지에 말이다. 그런 그들이 홍보를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는 일이다. 자본주의 상술 앞에 자신의 음악을 내놓기 싫은 것이다. 예능 프로라 하면 음악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앉아서 웃고 떠드는 게 전부니까 말이다. 어쩌다 코너가 끝나면 앨범 소개라도 할까 말까다. 그러나 그런 무리 중에서도 언제나 이단아는 있기 마련이다. 영화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대박 친 인디밴드 ‘노브레인’은 자신들의 음악성보다는 외면적인 매력을 어필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진짜 예능인 ‘라디오 스타’에 출연까지 하면서 대중들에게 입지를 굳혔다. 그런 그들에 대해 인디 골수팬이나 인디밴드 내에서도 말들이 많다. 우선 그들은 음악으로 유명해 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이 아닌 다른 부수적인 것들로 유명세를 탄다면 일반 상업가수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이 아무리 좋다 한들 이름을 알리는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한다. 인디 계에서 인정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이 저지른 것이다. 그로 인해 ‘노브레인’은 많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아니 지금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혹자들은 왜 인디밴드가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오버에 올라가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인디밴드라고 해서 언제나 빛도 들지 않는 언더그라운드에 있으라는 법은 없다. 만약 그러한 법이 있다면 그들 자신이 만든 창살에 자신들이 갇힌 것이다. 언더에 있던 그들이 오버에 올라오는 것에는 많은 비난과 눈총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그들 마음 한 칸에는 언더 정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모습을 보지 않고 표면적인 모습만 보고 비난의 화살을 쏘는 것은 일부 사람들의 잘못이다. 그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음악으로 승부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욕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사회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그 선택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당신들에게도 분명 날개는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장기하 신드롬’을 시작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조금은 인디음악에 기울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언더에 머물던 인디밴드들이 오버로 올라와 자신의 음악을 홍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언더로 내려와 인디밴드의 음악을 들어주고 있다. 이것이 작은 관심이라 할 지어도 누군가에겐 작은 관심이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아직도 홍대 지하실에는 음반도 내보지 못한 많은 인디밴드들이 있다. 그들은 장기하 신드롬이니 인디열풍이니 그런 것들은 자신들과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하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누구나 그런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아직 날아오르지 못한 새일 뿐이다. 언젠가 그들도 날 수 있다. 자신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심이 그들을 날아오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그들이 ‘지속적인 딴따라 질’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대중들의 인디밴드에 대한 관심이 거품으로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비주류가 주류가 될 수 있는 그 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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