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시작으로 부처별 시행..."공무원만 살기 좋은 나라" vs "선진 직장문화 정착 기대" / 정인혜 기자
공무원들이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는 유연근무제가 14일 처음 시행됐다.
중앙부처에서 우선 시행되는 유연근무제는 14일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오는 21일에는 법제처, 26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기업청, 28일에는 기획재정부 순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 내달부터는 전 부처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사처는 한 과에 조기퇴근 인원이 몰려 업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부서 직원을 3~4개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별로 번갈아가며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인사처는 유연근무제 도입 이유에 대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 정책을 위해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조기 퇴근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직장인 김동현(27, 부산시 중구) 씨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이 나라는 공무원만 살기 좋으라고 만든 나라인 것 같다”며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은 생각도 안하니 나라가 이 꼴이다. 도대체 어떤 인간의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구청, 동사무소 등에서 볼일이 있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김대호(33, 경남 창원시 의창구) 씨는 “일반 직장인들은 6시 넘어 퇴근하는데 공무원들이 4시에 다 퇴근하고 나면 민원은 언제 보냐”며 “피 같은 세금으로 공무원들 먹여 살리기 바쁜 것 같아서 참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긍정적인 의견을 보내는 시민들도 있다. 직장인 김자혜(29, 부산시 연제구) 씨는 “공공기관에서 먼저 시작해야 민간기업에까지 단축 근무 혜택이 오게 되는 것 아니겠냐”며 “오늘을 시발점으로 모든 기업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직장인 정정주(57, 부산시 중구) 씨도 김 씨 의견에 동의했다. 정 씨는 “공무원들도 안 지키는 걸 일반 사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우리나라 직장 문화가 점점 선진화되는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가까운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 현재는 확산 추세에 있다. 일본 NHK 방송은 이에 대해 “정부의 노력과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야후, 유니클로, 사타케, 일본 IBM 등에서 주4일 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도요타, 닛산, 리크루트 홀딩스 등에서는 재택근무, 출퇴근 시간 유연화 등 근무 방식을 다양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