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1-19 18:15 (화)
두 기생 애국혼 서린 절경에서 바다를 만나다
상태바
두 기생 애국혼 서린 절경에서 바다를 만나다
  • 취재기자 차여경
  • 승인 2013.06.11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장(倭將) 끌어안고 절벽아래로 "풍덩"..이기대(二妓臺)로의 초대
▲ 이기대 해안 절경. 사진 속 절경의 벼랑에서 두 기생이 왜장을 끌어안고 떨어졌다는 전설이 있다(사진 : 취재기자 차여경).

“조선도 망하고, 이 아름다운 두 기생을 내 품에 안았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구나. 하하하.”
왜장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쳐 돌아온다.
왜장이 술기운에 비틀비틀 거리자, 왜장의 오른쪽에 있던 기녀가 치마폭을 들어 올리며 왜장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호호호, 여기 좀 더 가까이 오시지요.”
왜장은 경박스럽게 웃으며 기생을 끌어안는다.
이때였다. 왼쪽에 있던 기녀는 왜장의 뒤쪽에서 끌어안으며 힘껏 소리쳤다.
“내 정녕 천한 몸이지만, 결단코 왜놈의 노리개는 되지 않을 것이다!” “풍덩!”
그렇게 그들은 절벽에서 아름다운 꽃잎처럼 떨어졌다.

‘이기대’의 명칭에 대한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이 이것이다. 임진왜란(1592~1598년)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는 경치 좋은 이곳에서 축하 잔치를 열었는데, 두 기생이 왜장에게 술을 잔뜩 먹이고는 취한 왜장과 함께 물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두 기생이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해서 이곳이 이기대(二妓臺)라고 불리어진다고 한다.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이기대는 직각 절벽이 아닌 비스듬한 경사로 기울어져 바다로 빠져드는 곳이다. 동해를 바라보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이기대 해안 산책로는 해파랑길의 출발지로서 갈맷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곳은 ‘이기대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이기대 성당을 지나 조금 더 올라오면 아래와 같은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이기대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 갈맷길, 해안산책로 표지판(사진: 취재기자 차여경).
해안 산책로는 9개의 코스를 지나는데, 용호동에서 시작하면 5번 ‘어울마당’부터 시작하게 된다. 길이 험하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어서 남녀노소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다. 가족이 함께 오기도 하고, 친구랑 오기도 하고, 등산 동호회에서도 오기도 한다. 이금순(56) 씨는 한 달에 두 번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 씨는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볍게 올 수 있는 곳이어서 즐겨 온다고 했다. 대학생 신지원(24) 씨는 용호동 주민이다. 신 씨는 “머리가 복잡하고 고민이 많아지면 이기대에 온다. 생각도 정리하고 힐링도 하면서 길따라 걸으면 얼마 걸리지 않고 좋다”고 말했다. 실제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다.
▲ 광안대교, 누리마루, 해운대를 조망할 수 있으며 영화 해운대 촬영지인 ‘어울마당’(사진: 취재기자 차여경).
산속의 오솔길을 걷다가 해안산책로로 접어들면 시야가 확 트인다. 숨통이 트이면서 찰싹찰싹거리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의 걱정도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바다 소리와 산의 맑은 공기에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표지판을 보고 쭉 걷다보면, 해안 절벽을 따라 목재 데크 길이 이어진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들은 서로 웃으며 눈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 해안가를 따라 목재 데크 길이 만들어져 있고, 산 속에 오솔길이 이어진다(사진: 취재기자 차여경).
해안로를 따라 걷다보면, 군인들이 보초를 섰던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이기대는 6.25전쟁 이후 군의 작전 지구였다. 그래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1993년부터 민간인에게 개방되었다. 모든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자연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름다운 이기대도 멋진 풍경 속에 전쟁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나야 이 아픔의 흔적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 이기대 길을 걷다보면 5개 정도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차여경).
▲ 치마바위와 농바위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차여경).
이기대 해안 절벽에는 지나가는 배들을 향해 안녕을 기원하듯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잇는 바위들이 있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갈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불리어지는 ‘치마바위’와 장롱을 포개놓은 형상을 닮아서 유래된 ‘농바위’가 대표적이다. 농바위를 지나면 해안산책로 코스도 거의 끝나가는 것이다. 벌써 끝이냐고 아쉬워 할 때쯤이면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섬이 있다. 바로 오륙도다. 길 따라 걷다보면 높이 솟은 오륙도 SK뷰 아파트와 공원이 나온다.
▲ SK뷰 아파트와 오륙도 모습(사진: 취재기자 차여경).
오륙도는 안개가 끼는 날이나 밀물일 때는 섬이 여섯 개로 보였다가, 썰물이나 맑은 날은 다섯 개로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어떤 학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섯 내지 여섯 개로 보여서 오륙도라 했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오륙도는 부산의 상징물이다. 부산 SK뷰 아파트 옆에는 장자등(오륙도) 일본군 포진지가 남아있다. 실재로는 동굴만 파져있는데, 1930년대 이후 일본군 대대 병력이 주둔했다는 곳이다. 6.25전쟁 후 육군 문서보관소로 이용하다가 최근 폐쇄되었다. 그냥 방치되어 있는 듯한 포진지 모습이 날로 쇠퇴해 가는 우리의 역사의식과 꼭 닮은 듯했다.
▲ 장자등(오륙도) 포진지(사진: 취재기자 차여경).
최근에 이기대에 새로운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2014년 말을 목표로 신개념 생태공원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부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곳은 해양과 육상, 산림을 연계한 해안형 복원 모델로 꾸며지며, 개발로 변형된 지형과 단절된 수계를 복원하는 자연 습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또 난대 침엽수림, 활엽수림 등 해안림 특성에 적합한 자생식물 식생도 대거 도입된다. 산림, 평지, 계류, 습지 등 다양한 서식처를 조성하고 우수한 해안 경관 및 일제 포진지, 나환자촌 등 지역 근대 문화와 연계된 프로그램도 운영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