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의 랜드마크 오륙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부산시가 총 14억 원을 투입해 오륙도 맞은편 해안 절벽에 세운 강판 유리 구조물, 일명 ‘스카이워크’가 부산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환경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이것이 오히려 자연 경관을 훼손하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구조물은 오륙도 SK뷰 아파트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해안 절벽 승두말에 설치돼 오륙도 바다 쪽으로 10m 가량 나갔다가 돌아오는 U자 형태의 대형 강판 유리 구조물이며, 높이는 해수면으로부터 약 37m다. 이 구조물은 사람들에게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조성됐다.
스카이워크 설치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렸다. 남구청 시설관리사업소는 스카이워크를 찾는 관광객이 평일 하루 평균 3000명, 주말에는 5000명에 이르며, 해돋이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리는 연초에는 무려 1만 명이 방문했다며 “(스카이워크는) 부산의 또 다른 관광 명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응은 다르다. 부산녹색연합 생태국장 김현욱 씨는 케이블카 등을 설치하는 타 지역 관광지와 경쟁하기 위해 이곳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인공 구조물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멋들어진 해안 절벽 위에 지어올린 인공 구조물 하나가 오륙도 인근 경관 전체를 손상시켰다며 “무분별한 개발 유행을 좇아 시민들의 의견 수렴이나 시민 단체의 자문을 구하지 않고 스카이워크를 설치한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생 문수찬(26) 씨는 방학을 맞아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 그는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방문한 후 실망했다. ‘갈맷길’이란 명칭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오륙도와 이기대 공원 해안 산책로 일원에서 공익근무를 한 바 있는 그는 이곳의 스카이워크가 “인공적인 구조물로서 천혜 절경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스카이워크를 보려고 매일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250여 석의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구청은 승두말 해안 부근 나대지를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토지 소유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몰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
늘어난 관광객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있다. 남구 용호동에 거주하는 시민 최용호(52) 씨는 “늘어난 관광객들 때문에 오륙도를 감상하는 맛이 없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스카이워크가 위치한 승두말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오륙도 SK뷰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태원(44) 씨는 운치 있고 탁 트인 전망에 반해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심기가 불편하다. 그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되기 전까지만 해도 조용했는데, 요즘은 원체 관광객이 많아 소음이 엄청나다”고 전했다.
스카이워크의 안전성 문제도 발생했다. 해풍이 워낙 강한 곳이라 스카이워크가 강풍이 흔들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스카이워크를 방문한 이진화(30) 씨는 “바람이 강할 때 시설물에서 진동이 느껴져서 두려웠다”고 밝혔다. 더욱이 개장 보름 만에 스카이워크 강판 유리에 40cm의 균열이 발견돼, 한동안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남구청은 균열 보수 후 덧신을 신어야만 스카이워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하이힐이나 구두 등이 균열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서 취해진 조치였다. 시민 김모(25) 씨는 “고작 10m 정도를 돌아보기 위해 등산화를 갈아 신는 것이 솔직히 귀찮다”고 밝혔다.
이런 비판에 대해, 남구청은 오륙도 풍광을 훼손하지 않고 강한 해풍을 고려해 최소한의 규모로 공사했기 때문에 스카이워크의 규모가 작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구청 시설관리사업소 담당자는 오륙도가 국가 지정 명승지이므로 이 일대에 특별한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게 되어 있는데, 남구청의 스카이워크는 문화재청의 정식 심의를 거친 후 건립이 승인된 구조물이라며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자연경관을 지키면서 동시에 관광지 위상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