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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유비쿼터스, 설치하고 보니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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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유비쿼터스, 설치하고 보니 "애물단지"
  • 취재기자 권경숙
  • 승인 2013.06.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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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무인 전자 시스템 사용도 않고 돈만 들어가
1일 오후 2시경의 부산시 기장군 정관 신도시. 내리쬐는 뙤약볕 속에 완공을 앞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입주가 완료된 이 일대 아파트들은 대개 2006년에 1차 분양을 시작한 것으로 유비쿼터스 열풍이 한창일 당시 건설됐다. 한때 사람이 필요 없는 전자 시스템을 갖춘 편리한 아파트라고 광고 소리가 높았지만, 지금은 각종 무인 전자 시스템이 사용도 되지 않고 돈만 들어가는 애물단지라고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각 아파트들마다 외부인 출입 통제가 가능한 무인 경비시스템, 입주민 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해주는 주차관제시스템, 사람이 없어도 택배 수령 및 발송할 수 있는 무인택배시스템, 가스나 전기, 수도를 자동으로 검침해주는 원격검침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들이 잘 갖춰져 있었지만, 주민들은 사용 시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 설비로 인해 분양가가 비싸지고 무상이었던 시스템이 유료로 전환됨에 따라, 시스템 유지, 보수 비용이 관리비로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H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동연 씨는 4년 전, 집 안에 설치되어 있는 청정환기시스템을 이용했다가 깜짝 놀랐다. 한 달 동안 켜놓았더니 전기세가 다른 집에 비해 2만 원 정도 더 나온 것이다. 김 씨가 사는 아파트는 분양 당시 집 안의 오염된 공기를 신속히 배출해 주고 자동으로 실내 온도와 습도까지 조절해 주는 청정환기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 씨처럼 무심코 사용했다가 전기세 폭탄을 맞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예 이 시스템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 내 B공인 관계자는 “옛날이랑 지금 집값이 차이 나는 이유는 유비쿼터스 시스템 때문이다. 건설 당시 전자 설비를 해야 하다 보니 당연히 분양가가 비싸지는 것”이라며 “사람들도 막상 입주하고 나면 잘 쓰지도 않으면서 처음에는 좋아 보이니 분양가에 포함되는지도 모르고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 건설회사 관계자는 “이 업계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어 2000년 대 초에는 수영장, 휘트니스 센터 등 커뮤니티 시설 설치가 주를 이뤘다면 2005년부터는 유비쿼터스가 대세가 되면서 각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관제 센터나 설비, 기기 등을 갖추는데 최초 비용이 들고 그것이 분양가에 일정 부분 포함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유비쿼터스 시스템 사용료는 입주 당시 무료였다가 최초 2~3년이 지나 유로로 전환되면서 주민들의 관리비로 고스란히 나가고 있었다. E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유비쿼터스 시스템이 관리비에 얼마나 포함되는지 물어보니, 담당자는 “우리 아파트의 경우 유로로 전환이 되면, 통상적으로 무인 택배 시스템의 경우 연 300만원, 원격검침시스템의 경우 연 70~80만 원 정도를 각 세대가 나눠서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 부산 정관 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되어 있는 무인 택배 시스템(사진: 권경숙 취재기자).
D 아파트 관계자도 “계약 조건, 기간에 따라서 부과되는 비용은 다르지만 어쨌든 주민들이 일정 비용을 내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특히, 무인 택배 시스템 등 일부 주민들이 등록 후 사용하는 기능도 전 세대가 유지․보수비를 공동 부담하고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주민들도 돈을 내고 셈이다. E 아파트에 사는 설영란 씨는 "우리 아파트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이 굉장히 많지만 잘 쓰지 않는 것도 있다"며 "신청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돈이 나가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설 씨는 ”그런 부분은 몇 푼 안 되더라도 관리사무소에서 공고를 통해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무인택배시스템은 정관 신도시 대부분 아파트들이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편리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세대 수에 비해 보관함이 턱없이 부족하고 고장이 잦다는 불평이 많았다. D 아파트에는 총 1,758 가구가 살고 있는데 반해 무인택배보관함은 280개에 불과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 무인택배시스템 신청 대장을 살펴보았더니, 입주자 90% 이상이 사용을 신청한 상태였다. 물량이 많을 때는 신청하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 관리 담당자는 “무인택배시스템이 편리하기는 해도 큰 물건은 들어가지 않아 보관이 어렵고, 물량이 폭주하는 명절 시즌에는 등록을 하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아 단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곳은 그나마 세대 수가 많다는 이유로 19개동 중 6개 동에 보관함을 설치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H 아파트는 총 15개 동 중 2개 동에만 보관함이 있어 해당 동이 아닌 경우 설치가 되어 있는 곳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아파트 단지가 꽤 넓어 주민들이 불편할 법했다. H 아파트 주민 박현아 씨는 “저는 1606동에 사는데 (이것을) 이용하려면 1601동까지 걸어가야 한다”며 “처음에는 다들 등록하기에 신청해서 써봤는데 경비실에 뒀다가 아파트 입구에서 찾아오는 것이 편해서 등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근 K 아파트 무인택배시스템도 몇 개의 동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부스가 바깥에 설치되어 있었다. 때마침 심부름으로 물건을 찾으러 왔던 박찬웅(12) 군은 문제가 생겨 한참 동안 물건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박 군은 “무인택배시스템으로 물건을 찾으려면 발급받은 우리 집 카드를 찍어야 하는데 자주 고장 나고 인식이 잘 안 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박 군은 인터폰으로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해당 동, 호수를 말하고 전화번호로 본인 확인을 한 뒤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 박 군이 택배를 찾는데 10분 정도가 소요됐다. 정관 신도시 아파트들이 주로 이용하는 무인택배업체 H사 관계자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해보니 관계자는 "무인택배보관함은 설치 시 초기비용이 좀 든다“며 ”보통 세대 수 대비 15~25% 정도 설치하면 명절 때 물량이 많아지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적절하다고 판단해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실효성이 없다고 꼽은 또 다른 유비쿼터스 시스템은 차량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 무선주파수인식시스템)를 부착해 차량이 들어오면 각 세대로 알려주는 차량관제시스템이다. S 아파트에 사는 한 남성은 “(그 시스템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다. 아마 의무 등록이라서 우리 집도 등록했을 텐데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가 들어오면 연락이 가는지 안 가는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S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사용 실태에 대해 물어보니 관계자는 “세대 차량 관리 편의를 위해 전 세대 등록하고 있다”며 “많은 세대가 한꺼번에 이용하다보니 가끔 오류가 나기도 해 수시로 확인하고 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아파트들도 차량관제시스템 등록이 의무화되어있었지만 이 기능은 관리자들에게만 편리할 뿐 실제 주민들은 관심이 없었다. 이 외에도 차량 진입, 무인택배, 에너지 사용량 등을 집 안에서 점검할 수 있게 해 주는 홈 네트워크 월 패드에 대해서는 사용 방법이 어렵다거나 터치스크린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놀이터에 모여 있는 학부모들 중,  H 아파트 이하나 씨는 “터치가 잘 안 되서 단체로 고장 접수를 받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손자를 데리러 나온 60대 김용희 씨는 "아파트 벽에 붙어있는 그것을 월패드라고 하느냐"며 "나는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건설업계 D사 관계자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용 및 기능면에서 보완해야할 점이 많고 요새는 유행이 잠잠해져 설치하지 않는 곳도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마케팅인데 그것까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며 “그 기간을 잘 활용해 입주민들이 필요에 따라 사용 여부를 결정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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