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서 반인종주의 단체와 격렬 충돌...트럼프, 양쪽 싸잡아 비판해 구설수 / 정인혜 기자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반인종주의 시위대 사이에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사태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총 3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가 계속 확산되면서 사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 결정에 반발해 우파 결집 시위를 벌였다. 이렇게 모인 시위대의 숫자는 6000여 명이었다고 한다. 리 장군은 미국 남북 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사령관으로 최근 샬러츠빌 의회는 그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CNN은 이날 시위대의 모습을 생중계로 내보내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시위대 6000여 명은 방패로 무장, 화염병을 던지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Make America great again)”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군복을 입은 시위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극단적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 휘장을 든 사람도 있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에 반인종주의 단체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나치 쓰레기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는 곧 두 단체 간의 몸싸움으로 번졌다. 특히 세단을 운전하던 극우 단체 측 시위대가 반인종주의 단체로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 뉴욕타임스는 “경찰은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는지 조사 중”이라며 “사망자는 32세 여성으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대 해산을 촉구했으나, 그는 백인우월주의자 단체를 직접 비판하는 대신 애매모호한 발언을 내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에 묻지 않고 여러 세력(many sides)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분류된다. 매일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세력에서 드러난 이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애국심과 서로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가진 미국인으로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국가주의자 집단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도 별다른 대꾸 없이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버지니아 맥컬리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폭력 사태가 악화될 경우 주 방위군을 투입하겠다는 일종의 경고장인 셈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는 이날 사태의 책임을 극우단체에게 돌리며 “집으로 가라. 이 위대한 주에서는 당신들이 필요 없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소식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 LA에 거주 중인 이민자 최모 씨는 “피부색으로 유세 떨던 시대가 지나간 게 언젠데 정말 미개한 인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원주민을 약탈해 본인들 땅도 아닌 곳에 꾸역꾸역 들어와 살고 있는 주제에 우월하다는 소리가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프랑스인 피아(28) 씨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그는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에 은근히 힘을 싣고 있으니 저런 이기적인 사람들이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입장 발표하면서도 저들(백인 우월주의자)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둔 미국은 정말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