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신모 씨, 갖가지 기행 담은 영상 유튜브에 올려...초등학생 따라하기 유행 / 김지언 기자
슬하에 11세짜리 아들을 둔 주부 조수연(38, 부산시 금정구) 씨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다. 유튜브로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자주 보던 아이가 최근 들어 욕설 수위가 높은 콘텐츠에도 관심을 두면서 엄마인 조 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 것. 조 씨는 “아이 방에서 큰 소리로 욕설이 들려서 깜짝 놀라 가보니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며 “보지 말라고 타이르긴 했는데 저런 류의 영상이 아이들 사이에 유행이라 하니 쉽게 내 말을 들을 지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15일 기준 8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담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걱정 또한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상태에서 아직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유튜브라는 대중적인 플랫폼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유튜버 신태일(23) 씨는 ‘지하철에서 라면 끓여먹기’, ‘자동차 바퀴에 자신의 다리 깔리기’와 같은 갖가지 기행을 일삼은 영상을 올려 수많은 논란을 양산해왔다. 유튜브 활동 이전에 아프리카TV BJ로 활동했던 신 씨는 폭력성과 선정성이 다분한 방송을 진행해 계정이 차단된 상태다.
현재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신 씨는 2016년 9월 6일부터 ‘시키면 대신하는 남자-대신맨’이라는 콘텐츠를 개발해 현재까지 65개의 영상을 올렸다. 대신맨은 시청자들이 신 씨에게 댓글을 통해 무엇이든 요구하면 그 요청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양식이다. ‘소방서 가서 박카스 돌리고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기’ 등 의미 있는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일을 행하는 영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신 씨는 미용실을 찾아가 겨드랑이 털을 깎아달라고 하는가 하면, 엘리베이터에 이불을 깔아놓고 누군가 타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며 내쫓는 등 수많은 이상 행동을 영상으로 올렸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영상은 ‘주유소에서 10원어치 주유하기’다. 영상에서는 주유소를 찾은 신 씨가 직원에게 10원어치만 주유할 수 있냐며 물어보자 “10원이요?”라고 되물으며 황당해하는 직원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어 직원이 “10원어치는 주유할 수 없다”고 말하자, 신 씨는 “그럼 주유구를 닫아달라”고 말한다. 주유소를 벗어나면서는 “여기 서비스 개판이네. 10원은 돈도 아니냐”며 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영상 말미에 “영상을 찍은 후에 주유소에 다시 찾아가서 아저씨께 정중히 사과드렸다”고 해명했다.
해명과는 관계 없이 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며 ‘잘못된 행동’이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SBS <모닝와이드> 제작진은 해당 영상에 등장한 주유소를 직접 찾아갔다. 당시 신 씨와 대화를 나눴던 직원 배모 씨는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라며 “(영상에 모자이크 없이 얼굴도 다 나가고) 찍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찍으라고 했겠냐”고 심경을 SBS에 토로했다. 이어 “자기들은 좋아서 장난으로 할지는 모르지만 남한테 피해주는 건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 씨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일 빵 안에서 파리가 나왔다고 장난 전화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신 씨는 한 프랜차이즈 빵집에 전화해 “조금 전 빵을 샀는데 빵 안에서 파리가 나왔다”며 “이 빵을 100만 원으로 환불해 달라”고 크게 소리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당황한 직원이 매장으로 직접 찾아와서 환불받으라고 말했지만 그는 직원에게도 직접적인 욕설을 퍼부으며 계속해서 장난을 이어갔다.
이 같은 신 씨의 행위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는 점 외에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 ‘초등학생 대신맨’을 검색하자, 초등·중학생들이 대신맨 콘텐츠를 똑같이 따라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게재한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을 지켜보던 대학생 홍모(25) 씨는 “저런 행동을 대신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진짜 존재한다니 어이가 없다”며 “초등학생들이 저런 애들을 따라한답시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욕하거나 때리고 도망가는 영상을 많이 찍어 올리던데 이게 정상이냐”고 말했다. 주부 박모(42) 씨도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영상임이 분명한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올라오니 걱정이 크다”면서 “아직 생각이 다 크지 않은 아이들이 자꾸 이런 영상을 접하고 잘못된 사상을 가질까봐 두렵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그냥 쓰레기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런 게 진짜 재밌다고 생각하나?”, “재밌다고 계속 반응해주고 후원해주는 사람들도 똑같이 비정상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