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광고 제출 마감 2시간 전. 과제의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22일 오후, 벡스코 2층에 마련된 경연장은 조용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젊은이들의 눈은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된 채 노트북 마우스를 쥐고 있는 손만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팀원과 대화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는 제6회 부산국제광고제 부속 행사 중 하나인 ‘Young and New Stars 광고 경연대회’가 열리는 경연장 모습이다. Young and New Stars 광고 경연대회는 세계 어느 나라 광고제에도 없는 세계 최초의 예비 광고인과 신인 광고인들의 광고 제작 콘테스트다. 여기에는 국내외 대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 스타즈 분야와 광고회사 입사 3년 이하 또는 30세 미만의 신인 현업 광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뉴 스타즈 분야로 구분된다. 이 즉석 광고 콘테스트는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젊고 재능 있는 예비 또는 신인 광고인들이 주어진 과제로 제한된 시간 안에 광고를 제작하고 그 결과를 심사하여 상을 주는 행사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각 팀들이 과거 자신들이 제작한 광고물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서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올해 영 스타즈 분야에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싱가폴, 영국 등 6개국에서 예선을 통과한 36개팀 101명이 참가했고, 올해 새로 신설된 뉴 스타즈 분야에는 한 뉴 스타즈는 한국, 중국, 일본, 홍콩 4개국에서 2인 1조로 예선을 통과한 23개팀, 46명이 참가했다.
영 스타즈 참여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2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후 5시까지 총 31시간이며, 뉴 스타즈 참여 신인 광고인들에 주어진 시간은 22일 오전 9시부터 23일 오후 2시까지 총 29시간이다.
참가자들은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채 안 되는 제한 시간 내에 주어진 주제에 맞게 과제 광고를 제작한다. 제한 시간은 밤을 거의 샐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젊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모든 광고물은 국적이 다른 여러 심사위원들이 심사할 수 있게 영어로 제작돼야 한다. 영어 능통자가 팀에 한둘은 꼭 있어야 한다.
올해 영 스타즈의 주제는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널리 사용되는 때에 삼성전자의 스마트 카메라 NX가 나아가야 할 방향, NX카메라 매출 증대를 위한 광고’다. 참가팀은 인쇄, 영상, 옥외, 인터렉티브 광고(SNS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광고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해 광고를 제작해야 한다.
일본 데이쿄 대학교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HIT 팀’은 100여년 전부터 시작된 카메라 역사를 아이디어로 바탕에 둔 인쇄 광고를 만들 생각이다. 그들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마감 시간 내 끝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팀의 팀원 이토 케이지로(20) 씨는 “프로젝트도 어렵지만 영어를 잘 못해서 광고 제작에 어려울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른 팀들이 정신없이 컴퓨터로 작업하는 가운데, 경연장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팀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에 참가했다가 입상하지 못 해 이번에 다시 도전했다는 한국 대표 ‘Ad SUN 팀’은 마지막에 띄울 간결하면서도 결정적인 단 한 개의 카피 문장을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Ad SUN 팀의 채호병(27) 씨는 “작년에는 1시간 밖에 못 잤는데 올해는 2시간이나 잤다”며 농담을 건네면서도 올 주제가 작년 주제와 비슷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그는 “모두가 같은 조건과 시간 안에 국내외의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여 겨루는 대회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영 스타즈 경연장 바로 옆 공간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뉴 스타즈 광고 콘테스트가 한창이었다. 대학생들인 영 스타즈 참가자들에 비해 두 시간 적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뉴 스타즈 참가자들은 현역 광고인답게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뉴 스타즈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주제는 ‘제이하스(남성복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다. 이들도 영 스타즈와 마찬가지로 인쇄, 영상, 옥외, 인터렉티브 광고 중 하나를 선택해 광고를 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창조적’이어야 하는 광고 작업이므로 현직 광고인인 그들도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내 광고회사 HS Ad에서 참가한 이갈렙(29) 씨는 “회사에서는 최고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서 일을 했는데, 지금은 우리 생각만 가지고 광고를 제작하니, 재밌기도 하지만, 부담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광고회사 참가자 Lock&Rock 팀의 복창민(27) 씨는 광고계에서 일한 지 1년 차인 신입 사원으로 3년 차인 동료와 함께 경연에 참가했다. 이 팀은 이번 콘테스트에서 단순히 제이하스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가지고 있는 남성 정장에 대한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작업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한 복창민 씨는 “남성 정장에 대한 우리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상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 만의 힘으로 프로젝트에 도전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제출된 결과물들은 국내외 광고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부산국제광고제 마지막 날인 24일 폐막식에서 금, 은, 동상 및 심사위원 특별상이 시상된다. 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원회 영 스타즈 담당자 허효진 씨는 “취침 시간까지 포함해 30시간 안에 작품을 만들고 심사를 받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예비 광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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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건(Donald Gunn, 세미나 스피커, 광고 관련 조사기관 창립자) 인터뷰
도날드 건 씨는 전 세계 광고 수상작을 모아 매년 ‘건 리포트(The Gunn Report)’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질문: 건 리포트란 무엇인가?
답변: 건 리포트는 1년 동안 전 세계 46개의 광고제의 수상작을 모은 책이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4번째 책을 출간했다.
질문: 건 리포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답변: 과거 35년 간 영국, 미국, 프랑스에서 국제적인 광고회사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원래부터 광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광고계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이 광고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았다.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광고제가 열리는데 제각각인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광고 회사 퇴직 후 건 리포트라는 회사를 만들고 홈페이지와 책을 통해 광고제에 대한 정보를 전하게 됐다. 많은 문화와 나라의 광고들을 접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광고들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
질문: 부산국제광고제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답변: 이번 광고제를 계기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처음 오게 됐다. 일단, 한국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들이 마음에 든다. 자유롭게 관람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광고제에서 세미나 스피커로 서게 되어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 이동 루(Yidong Lu, 참가자, 중국 광고회사 사장)인터뷰
질문: 광고제에 어떻게 참석하게 됐는가?
답변: 부산에서 국제적인 광고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광 비자를 통해 광고제에 오게 됐다. 아시아 광고제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의 광고 회사의 대표들도 가이드와 함께 이곳을 참석했다.
질문: 광고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답변: 원래 기자 생활을 4년 동안 했다. 중국에는 기자를 하다가 광고업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고등학생 때부터 관심 있었던 광고 관련 직종으로 직업을 바꿨다. 광고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광고업을 한 지 벌써 15~6년이 됐고 지금은 옥외광고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광고 산업에 대한 투자도 동시에 하고 있다.
질문: 중국 광고 산업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답변: 현재 중국 광고업은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는 시작 단계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동남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중국 광고계의 발전을 위해서 중국에서도 이런 광고제를 많이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