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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엔 화려한 불꽃, 해변엔 산더미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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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엔 화려한 불꽃, 해변엔 산더미 쓰레기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10.28 0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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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불꽃 축제 씁쓰레한 뒷맛...자리 독점, 바가지 요금 등 문제도
▲ 화려한 불꽃이 광안리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사진: 시민 하민욱 씨 제공).

아름다운 불꽃이 광안리 밤하늘을 물들였다. 제9회 부산불꽃축제가 부산시의 직할시 승격 50주년을 맞이해 ‘50년의 사랑, 부산!’이라는 주제로, 25, 26 양일간 벡스코 오디토리움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렸다. 부산불꽃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부산멀티불꽃쇼’는 26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8만발의 불꽃을 터뜨리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년에 한 번뿐인 불꽃의 향연을 보기 위해 경찰 추산 60만 명의 관람객들이 광안리를 찾았다.

불꽃축제 현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그 가운데 편히 누워서 불꽃을 보는 관람객들도 엿보였다. 불꽃쇼 시작 2~3시간 전부터 개인용 돗자리를 해변가 ‘명당’에 깔기 시작한 사람들은 돗자리를 깐 부분 만큼은 ‘내 집처럼’ 자리를 독점했다. 남자 친구와 함께 불꽃축제를 찾은 최사랑(24) 씨는 “다른 사람들이 다 비좁게 서서 불꽃을 보는데 자기만 편하자고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불꽃축제 후 거리 가득한 쓰레기들도 광안리를 찾은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음료수 페트병, 컵라면 용기, 치킨 상자 등 시민들이 남긴 쓰레기가 광안리 일대를 나뒹굴었다. 환경 미화원들이 불꽃쇼가 끝난 밤9시부터 곧바로 현장에 배치됐지만, 쓰레기 양이 워낙 많아 자정이 다 될 때까지 청소가 끝나지 않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쓰레기 문제들로 부산시는 행사장 내 임시 쓰레기통을 30개 지점에 총 120개 지ㅣ점으로 늘려 설치하고 불꽃축제 진행자가 행사 중간중간에 시민들이 쓰레기를 되가져가도록 유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제9회 부산불꽃축제 후 관람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광안리 도로 위에 쌓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광안리 해수욕장 남천 쪽에서 불꽃쇼를 관람했다는 하민욱(22) 씨는 “내가 있었던 곳에는 쓰레기통이 없었다”며 “시민의식이 부족한 문제도 있겠지만 시에서 시민들이 쓰레기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쓰레기통을 적절히 설치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축제 현장에서 쓰레기통을 못 찾았는지 경성대까지 쓰레기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광안리 주변 업속의 과도한 바가지 요금도 극성이었다. 대다수의 업소가 손님이 음식을 주문한 대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테이블 당 높은 금액을 책정해서 예약을 받고 있다. 한 음식점 직원은 “가게에 손님이 오면 대개 1시간 내로 식사를 마치고 나가 새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불꽃축제 기간에는 손님들이 몇 시간 씩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대로 장사를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며 테이블 별로 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반면, 광안리 근처 회사를 다니는 유모(25) 씨는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의 요리 가격이 1인당 7000원 쯤 되는데, 불꽃축제 때는 테이블 당 20만원 쯤 되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비싼 금액인데도 예약이 꽉 차서 가게가 부르는 게 값이다”라며 “이때 만큼은 식당이 ‘갑’이고 손님이 ‘을’이 되는 것 같다”고 업소의 횡포를 꼬집었다.

매년 더해가는 바가지 요금을 막기 위해 경찰은 올해 처음으로 광안리 주변 업소를 단속하기도 했다. 그 결과 1인당 10만 원 상당의 요금을 받으면서 요금표를 제대로 게시하지 않은 업소 14곳이 적발됐다. 하지만 적발된 업소 외에 더 많은 업소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부당 이윤을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산불꽃축제는 지름 400m짜리 국화꽃 모양의 ‘대통령 불꽃’과 부산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 광안대교 아래로 불꽃이 2초마다 떨어지는 ‘이과수 불꽃’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불꽃쇼로 꾸며졌지만, 최고의 축제에 걸맞은 시민의식과 시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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