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세상에 우리도 영웅이 필요하다", 실화 속 실물의 마동석 형사 매력 발산...영화 ‘범죄도시’를 보고
부산시 진구 황혜리
승인 2017.10.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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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진구 황혜리
영화 <범죄도시>는 액션과 재미 모두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이슈까지 더해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작품 자체만 놓고 봐도 장르 영화로써 흠 잡을 데 없는 이 영화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점에 있다. 이 영화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가리봉동 일대를 삽시간에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 범죄조직을 소탕한 강력반 형사의 이야기.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진짜 이게 실화라고?'라며 실존 인물에 대한 의구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주인공 '석도'는 마블 영웅들에 버금가는 '슈퍼 히어로'였다.
15년째 강력반 형사 직을 이어오고 있는 마석도(마동석 분). 겉보기에는 형사인지 조폭인지 쉽사리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거친 외모와 언행을 지닌 인물이다. 범죄자들을 말과 표정으로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석도는 조폭들에게도 두려움의 존재다. 하지만 그에게 '강력한 적'이 등장한다. 바로 하얼빈에서 경남을 거쳐 서울로 넘어온 장첸(윤계상 분) 일당이다. 영화 <범죄도시>는 돈을 위해 온갖 악랄한 짓을 해대는 그들을 한방에 쓸어버리기 위한 석도와 강력반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석도와 장첸 두 인물이 맞대결하기까지는 길고 긴 시간이 흐른다. 영화의 끝에 다다르서야 날 것 그대로의 결전을 벌인다. 이들의 화려하고도 생기 넘치는 혈투 신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선택에 대한 보상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범죄도시>의 진면모는 잔혹한 액션 신들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언발란스다. 배우 마동석 만이 선보일 수 있는 휴머니즘 섞인 유머는 이 영화를 여느 범죄 액션물들과 차별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도 끼어 있는 유머 코드는 영화의 잔혹성을 희석시켜주는 경지를 보인다. 사실, 대부분의 장면들이 칼, 도끼 등을 든 혈투로 가득하기에 잔인한 영화를 보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마동석의 역할이 그 불편함을 기억에 남지 않게 한다. 역시 그는 '마블리'였다.
<범죄도시>에서 또 달리 눈여겨봐야 할 점은 윤계상의 변신이다. 마동석은 기존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역할을 맡아 '제 옷을 입은 냥' 석도를 소화해냈다. 하지만 윤계상은 이번 영화에서 기존의 연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긴 머리카락으로 등장할 때부터 관객들로 하여금 범상치 않은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처음 그가 등장했을 때, 저 캐릭터가 정말 자연스러울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실제 조선족이 말하는 듯 자연스러운 연변 사투리와 살기 가득한 눈빛, 거친 액션 등으로 악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범죄도시>는 잘 구성된 작품이다. 마동석, 윤계상 외의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극히 잔혹한 액션과 재미가 공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해냈다. 무리한 신파, 너저분한 외설 없는 영화로 액션 범죄물의 신기원을 이룩한 영화다.
세상이 너무 흉흉하다. 자신의 딸 친구를 집에 불러 살해하고, 권력과 돈에 눈멀어 가족을 죽이기도 한다. 문득 영화 속의 조선족 아이 왕오가 한 말이 기억난다. “어른들이 왜 이리 겁이 많슴까? 여기 경찰들이 도와준다고 하지 않슴까. 언제까지 숨어만 있을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