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눈에 띄는 "커피 마시기 좋은 날! 아메리카노 1000원!"이란 문구가 행인들의 시선을 잡는다. "응? 커피값이 왜 이리 싸지?" 호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등 젊은이들은 이렇게 놀라면서도 반가운 마음으로 이런 착한 커피 가게로 발걸음을 옮게 된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아메리카노 평균 가격은 3500원이 넘는다. 하지만 대학가를 중심으로 단돈 1000원에 커피를 파는 박리다매 커피 가게들이 늘고있다. 부산에만 해도 부경대 앞의 ‘COZY PLACE’, 경성대 앞의 ‘크레마-C’, 부산대 앞의 ‘노스커피’ 등 거의 각 대학가마다 적어도 하나씩은 있다.
부경대 부근의 카페 COZY PLACE의 아메리카노는 1000원이다. 카페 주인 이현동(35) 씨는 싸게 커피를 파는 이유는 대학교 앞에 위치 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데이트 한다고 한 달에 커피 값만 10만에서 15만원을 쓰는 학생들을 위해서란다.
카페 주인은 그렇게 싼 가격에 커피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대개 프랜차이즈 커피집은 어느 동네를 가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보증금이나 인테리어 비용이 억 단위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려면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이현동 씨는 집세와 자본금이 덜 들었기 때문에 싼 커피 가격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 씨는 지인을 통해 원두를 싸게 구입하는 것도 커피 가격을 낮춘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씨가 파는 원두의 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이 씨는 국내에서 원두를 파는 대표 회사 세 곳 중 하나인 UCC에서 원두를 구입한다고 밝혔다.
싼 가격에 커피를 팔기 때문에 이들 가게들은 수익을 많이 남기지 못한다. 원두, 컵, 컵 홀더 구입 비용, 아르바이트 비용, 집세 등을 따지면 원가는 1000원을 웃돈다. 이 씨의 경우, 1000원 짜리 아메리카노로는 수익을 낼 수 없어 다른 메뉴나 디저트로 수익을 낸다고 한다.
부경대 학생 김모(20) 씨는 선배의 추천으로 이 씨의 카페를 알게 되었다. 김 씨는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 신입생이 되니까 쓰는 돈이 많아졌는데, 이 카페의 커피는 가격도 착하고 맛도 착하다”고 말했다.
경성대 앞에 위치한 카페 크레마-C의 커피 가격은 대부분 1000원~1500원이다. 아무리 비싼 것도 4000원을 넘지 않는다. 카페를 운영하는 임성진(34) 씨는 이렇게 커피를 싸게 팔고 월세와 인건비를 빼면 운영이 빠듯하다. 임 씨는 하루에 150잔에서 200잔을 만들어 팔지만 그 중 100잔이 아메리카노여서, 매출액이1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착한 가격을 고수하는 이유는 전 주인이 기기 장비를 다 남기고 가게를 싸게 넘겨줬고, 인테리어도 본인이 직접 해서 적은 비용으로 가게를 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임 씨는 “프랜차이즈는 이름이 경쟁력이지만, 나의 경쟁력은 싼 커피 값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또, 임 씨는 개인 카페이기 때문에 홍보를 따로 하는 것도 아니라서 가끔 "홍보를 해줄 테니 할인쿠폰을 달라," "홍보가 될 테니 커피쿠폰으로 우리 이벤트를 후원하라"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임 씨는 "박리다매로 싸게 팔지만, 나도 어느 정도 마진은 있어야 한다. 더 싸게 팔게 되면 문을 닫을 처지가 된다”고 말했다.
부경대 학생 서채은(21) 씨는 지난 학기 말부터 지나가는 길에 ‘아메리카노1000원’이란 간판을 보고 크레마-C의 단골이 되었다. 서 씨는 “가격 대비 커피 맛이 괜찮고 ‘카페라떼’와 ‘카페모카’가 맛있다”며 “천원에 도장 하나씩 모으는 쿠폰도 이 카페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경성대 앞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이동근(25) 씨는 아르바이트 매장이 가까워서 크레마-C를 자주 찾는다. 이 씨는 “사실 일반인들에게 커피 맛은 거기서 거기다. 프랜차이즈와 달리 여기는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부산대 앞에는 노스커피가 착한 가게로 유명하다. 좋은 원두로 만든 에스프레소 커피와 더치커피가 싼 가격에 판매되어 부산대학교 앞에는 무려 5호점이나 있다. 가게 안에서 먹을 때는 아메리카노가 2000원이지만, 테이크 아웃 시에는 1000원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모든 조각 케이크는 2000원이다.
부산대 근처 여행사에 근무하는 김혜인(26) 씨는 대학 때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노스카페를 즐겨 찾는다. 김 씨는 착한 가격의 커피와 조각 케이크의 맛을 잊지 못해 끊을 수가 없다. 그녀는 테이크 아웃을 하면 천 원 더 싼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조각 케이크는 테이크 아웃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카페에서 먹는다.
부산대 부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33) 씨는 노스커피 때문에 이 부근에 문닫은 개인 카페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교 앞이라 가격이 싼 것은 알겠지만, 어떻게 5호점까지 내면서 운영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