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 지역 바닷가에는 1톤 트럭을 개조한 ‘트럭 카페’가 데이트 족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스라한 등불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이 간이 카페를 찾는 젊은 남녀들이 적지않다. 그러나 점포세를 내고 영업하는 주변 커피점들로서는 이들이 얄밉다. 자신들의 손님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럭 카페가 눈에 띄기만 하면 즉각 구청에 신고한다. 그러면 얼마 후 출동한 담당 구청 직원과 트럭 카페 상인들의 숨바꼭질은 시작된다.
부산의 송도, 이기대, 송정 등 유명한 관광지에는 이런 이동식 카페가 여러 대 눈에 띤다. 지난 주말 송도의 한 트럭 카페. 메뉴판을 보니 웬만한 커피숍에 있는 각종 커피가 다 있었다. 가격은 2,000원에서 3,5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한 20대 남자가 다가와 카페라테 2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승용차를 몰고 온 듯했다. 그는 “길 바로 옆 카페라 이용하는 것이 편하고 가격도 저렴해 자주 들린다”고 했다.
트럭 카페는 허가없이 운영하는 일반 불법 노점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단속반이 나타나면 근처 주차장으로 황급히 이동하여 숨어 있다가 단속반이 지나가면 다시 몰고 나와 장사를 재개한다. 트럭 카페와 단속반원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부산 일대 해변가의 새로운 풍속도다.
트럭 카페가 부산 일대 해변가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은 경제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송도에서 트럭 카페를 운영하는 한 노점상은 비용이 많이 드는 다른 창업에 비해 비교적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기대에서 트럭 카페를 운영하는 다른 노점상은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회사 사정으로 정리해고당한 뒤 어렵게 돈을 마련해서 트럭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점상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먹고 살기 힘드니까, 이거라도 하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트럭 카페는 이처럼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시작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럭 카페 노점상들은 보통 쉬는 날 없이 하루 11~13시간을 차량 안에서 생활을 한다. 간혹 하루 정도 쉴 법도 하지만, 매일 근근히 벌어 살아가는 처지이기 때문에 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좁은 공간 안에서 다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영업한다. 그들은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혹시나 단속반이 들이닥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불안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이들이 장사하는 지역은 대부분 유동 인구가 많은 관광지로 주변 건물 안에 동종 점포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이들 동종 점포 주인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송정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얼마 전부터 트럭 카페와 마찰을 겪고 있다. 자신의 커피숍 근처에 커피를 파는 트럭 카페가 나타나 장사하는 것을 보고 노점상에게 다가가 좋은 말로 돌려보냈는데 다음날 다시 나타나 장사하더라는 것이다. 그 뒤로 그는 트럭 카페가 나타나면 바로 구청에 신고한다고 한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어려운데 노점 차량이 근처에서 장사를 하면, 우리도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고한다”고 했다. 카페 손님인 직장인 김주미(25) 씨도 “노점 장사가 어려운 것은 알지만, 세금을 내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더라도 구청은 쫓아내는 것에 그칠 뿐 영업 중지와 같은 실제적 단속은 어렵다. 서구청 공무원의 말에 따르면, 불법 트럭 카페는 ‘재난안전과’에서 도로의 불법 적치물로 보고 차량의 안전 통행길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쫓아내는 식의 단속을 하고 있지만, 불법 상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한편, 도로교통과도 역시 트럭 카페를 일종의 불법 주차 차량으로 보고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유도만 할 수 있고 영업 행위 자체는 단속 권한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인근 점포의 신고가 늘어나 차량 노점이 연일 쫓기는 신세가 되자, 노점상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송정에서 트럭 카페를 운영하는 한 노점상은 “차량 노점에 대한 단속이 점차 심해지면서 장사를 그만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 이 일마저 그만두면, 나는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