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이라 하면 호랑이, 사자, 곰, 코끼리 등 야생 동물을 우리에 가둬놓고 관람객이 떼 지어 우리 밖에서 구경하는 모습을 연상하기 쉽다. 그런데 관람객들이 같은 공간 안에서 희귀 동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먹이도 주며 즐기는 체험형 실내 동물원이 부산에 잇달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NC백화점 12층 한 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주렁주렁(ZOOLUNG ZOOLUNG).'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 동물원은 약 500여 평의 공간에 조류, 설치류, 파충류 등 50여 종의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는데, 다른 동물원과 달리 우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대신 각 동물들이 서식하는 작은 '집'이 있을 뿐이다. 관람객들은 이 동물들의 집을 지나가면서 그들의 서식하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만져보며, 때로는 미리 준비한 먹이를 주기도 한다.
병아리나 햄스터, 토끼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부터 부리가 큰 새 토코투칸, 미국 너구리 라쿤 등 우리나라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희귀동물도 만나 볼 수 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영화 <리오>나 <넛잡: 땅콩도둑들> 등에 등장해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준 동물들이다. 대부분 사람을 해치지 않는 온순한 동물들이지만 아마존 강에서 서식하는 대형 뱀 '아나콘다' 같은 '위험한 동물'도 있다. 아나콘다는 폐쇄된 유리 공간에서 사육되며 관람객은 눈으로만 관람할 수 있다.
이 같은 체험들 덕분에 주렁주렁엔 평일 500명, 주말 1500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특히 주말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많다는 것이 이 동물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5월 마지막 토요일, 두 아이를 데리고 주렁주렁을 찾은 최선(39, 경남 진해 용원동) 씨는 “엄마들의 추천을 받고 멀리서 왔는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뿌듯해요”라며 “일반 동물원보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날씨 상관없이 실내에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거의 모든 동물들을 만질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동물 관람 외에도 이곳만의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인 스컹크, 사막여우와의 대화 시간도 있다. 직접 동물과 마주보고 앉아 동물 역의 성우와 아이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동물의 수명, 식습관, 특성 등을 자연스럽게 배워 갈 수 있도록 한 형태이다.
사막여우와 직접 대화를 나눈 진솔(8, 부산 신곡초등학교) 양은 “사막여우가 전갈을 잘 먹고 15세까지 산다는 걸 알려줬어요”라며 “사막여우가 직접 가르쳐줬으니까 안 까먹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관람객 가운데는 데이트족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날 남자 친구와 함께 온 장혜지(25, 울산 남구) 씨는 “블로그에 데이트 코스로 유명해서 와봤는데 너무 좋아요. 밥 먹고 차 마시고 매번 비슷한 데이트만 했는데 알비노 구렁이를 목에 걸어보다니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장전동 소재 ‘키주스토리’도 '주렁주렁'과 유사한 ‘실내 동물원’으로 인기가 높다.
키주스토리를 다녀온 조명희(가명, 40) 씨는 “실내니까 애들 잊어버릴 걱정도 없어서 애들은 동물들 구경하러 가고 저는 까페에 앉아서 쉴 수 있었어요”라며 “또, 곳곳에 세면대도 많이 설치돼 있어서 아이들 손도 바로바로 씻길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주렁주렁‘의 매니저 성인규(35.부산 해운대구) 씨는 “우리 동물원이 생기고 나서 많은 동물원들이 벤치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끼리, 사자와 같이 큰 동물들은 만나볼 수 없지만 ’실내‘라는 특징을 최대한 살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동물과의 교감을 이뤄낼 뿐만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나아가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