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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스누피' 캐릭터 도시락...아이 봄소풍에 스트레스 받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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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스누피' 캐릭터 도시락...아이 봄소풍에 스트레스 받는 엄마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26 0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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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풍성한 도시락 경쟁, 전문 업체까지 등장...상대적 박탈감 우려하는 목소리도 / 정인혜 기자
봄 소풍철을 맞아 아이들 도시락으로 골머리를 앓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캐릭터 도시락(사진: 독자 제공).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봄 소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만 아이들과 다르게 엄마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소풍 도시락’ 때문이다. 친구보다 도시락이 초라하면 혹여나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엄마들은 머리를 싸매고 화려한 도시락 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세 딸을 키우는 주부 김은경(35, 인천시 서구) 씨는 다음 주로 예정된 아이 소풍에 어떤 도시락을 만들어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꼭 동물 도시락을 싸달라”는 딸의 주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란다. 지난해 가을 소풍에서 옆자리 친구의 예쁜 동물 도시락이 부러웠다는 딸은 올해 엄마의 도시락에 기대가 큰 눈치다. 김 씨는 “음식 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김밥도 예쁘게 쌀 줄 모르는데 아이가 저렇게 기대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요즘 손재주 좋은 엄마들이 너무 많아서 비교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워킹맘들은 더욱 걱정이 많다. 예쁜 도시락을 싸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평범한 도시락을 들려 보내기에는 아이가 서운할까 봐 신경이 쓰인다. 직장인 박미진(29, 부산시 중구) 씨는 “맘카페에 찾아보니 다들 메추리알에 눈 붙이고, 당근으로 닭 볏을 만들어서 예쁜 도시락을 보내던데 나는 어떻게 만들어 줘야 할지 걱정”이라며 “소풍 전날 재료를 준비해놓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만들어야지 어떡하겠나. 그날은 밤 새고 출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도 봄 소풍 도시락에 관한 이야기는 단골 소재다. 공개된 사진 속 도시락은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데 여념이 없다. 문어 소시지, 토끼 메추리알, 닭 메추리알은 벌써 유행이 지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등의 캐릭터를 그대로 묘사한 도시락에서부터 아이 캐리커처를 본뜬 도시락까지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할 정도다. 사진 하단에는 “도시락 쌀 때 참고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렇게 만들어줘야겠네요”, “저는 손재주가 안 좋은데 어떻게 싸야 할지 걱정입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만화 캐릭터 슈퍼 마리오를 묘사한 캐릭터 도시락(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고양이 캐릭터를 묘사한 캐릭터 도시락(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엄마들의 고민을 의식한 듯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포털사이트에 ‘봄 소풍 도시락’을 검색하면 떠오르는 주문제작 사이트만 수십여 개다. 캐릭터 도시락을 제작하는 한 사업자는 “봄 소풍철이 되면 주문이 평소보다 배로 는다”며 “내 아이 기죽이기는 싫고, 사정은 여의치 않은 엄마들이 찾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가격은 1만 원에서 비싼 도시락은 5만 원까지 이르는 것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아이들이 겪을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한다. 도시락 경쟁이 아이들의 경쟁 심리를 부추기고, 사정상 평범한 도시락을 가져온 아이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부 차은진(43) 씨는 “한창 주변 친구들과 비교를 많이 할 나이인데, 엄마들이 나서서 도시락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엄마가 없는 집이나 바빠서 동네 식당에서 도시락을 포장해 보내는 집 아이들은 소풍이 평생 상처로 남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도시락을 단체 주문하기도 한다. 앞선 지적에 따라 일부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우려한 조처다. 천안에 위치한 어린이집 교사 김한영(29) 씨는 “아이들끼리 다툼이 나기도 하고, 어머님들도 부담을 많이 가지시는 것 같아 지난해부터 단체로 도시락을 주문한다”며 “섭섭해 하는 어머님들도 있었지만, 해보니 이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화려한 도시락보다 아이들이 평소에 잘 먹는 음식을 싸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평소 먹던 음식과 다르면 아이들이 막상 잘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다른 유치원에 있을 때도 화려한 도시락을 많이 봤는데, 보기에만 예쁘지 아이들이 잘 못 먹는 경우가 많았다”며 “평소 잘 먹는 음식을 보내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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