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빙과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부터 제과업체들이 ‘반짝 아이디어’를 내세워 마케팅 전쟁에 나섰다.
최근 빙과류 시장에는 인기 음료나 과자를 아이스크림으로, 인기 아이스크림을 껌으로 바꾼 리뉴얼 제품 출시가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같은 맛, 다른 식감’ 마케팅 전략이다. 기존 빙과류와 맛은 비슷하지만 새로운 식감을 입혀 추억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베스킨라빈스와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야쿠르트 샤베트’ 아이스크림도 리뉴얼 제품 중의 하나. 김정은(24, 부산 남구) 씨는 “어린 시절 얼려 먹었던 추억이 생각나 야쿠르트 샤베트를 사먹었는데, 야쿠르트 특유의 신맛과 단맛이 섞인 것이 색다른 식감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의 한 베스킨라빈스 매장은 이달의 맛인 ‘야쿠르트 샤베트’로 꾸몄다. 계산대 위에는 포스터가, 벽 전광판과 아이스크림 보관 냉장고에는 광고물이 도배되다시피했다. 베스킨라빈스의 ‘이달의 맛’을 먹으러 왔다는 박진아(28, 부산 남구) 씨는 “야쿠르트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아이스크림에 그대로 느껴진다”며 “야쿠르트와 베스킨라빈스 모두 어릴 때 먹던 맛이 생각나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인기 수입 과자 로투스를 활용한 '로투스 비스코프 콘'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계피향과 단맛으로 유명한 로투스의 맛을 재현한 아이스크림이다. 세븐일레븐 아르바이트생 박견희(21) 씨는 “출시 후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10대 소녀들은 물론 2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며 “가격이 2000원이라 싼 편은 아니지만 로투스 과자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색다른 맛 때문에 사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장수 인기 빙과를 껌으로 변신시킨 ‘왓따! 수박바’를 지난달 내놓았다. 지난해 출시한 ‘왓따 죠스바·스크류바’에 이어 세번째로 선보인 제품이다. 이번 출시로 왓따 껌은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 작년 매출액이 1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수박바 같은 사각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 박현주(22, 부산 해운대구) 씨는 “맛은 좋아하는데 식감이 낯설어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똑같은 맛으로 껌이 나와 여러 가지 맛을 사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존 제품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달 출시된 GS25의 ‘립톤 크러쉬’는 SNS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립톤 크러쉬’는 국민 아이스티로 유명한 립톤을 폴라포 형태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다.
리뷰 블로거를 운영하는 '꿀배' 씨는 “립톤 아이스크림의 출시 소식을 듣고 기대감을 안고 바로 편의점을 찾았는데 막상 먹고 보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꿀배 씨는 “립톤 아이스티처럼 시원하고 달콤할 것으로 여겼고, 폴라포 아이스크림처럼 얼음 알갱이도 씹힐 줄 알았는데 기대와 달랐다”고 덧붙였다.
빙과류 시장에서 ‘리뉴얼 제품’이 성행하는 이유를 경성대학교 경제금융물류학부 조민서 교수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가 ‘3포 세대의 추억 소환’이다. 조 교수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고 싶어 한다”며 “리뉴얼 제품은 과거 그 제품에서 느꼈던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입장에서는 리뉴얼 제품이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조 교수의 리뉴얼 제품 출시 두 번째 이유다. 조 교수는 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기보다는 과거의 인기 제품을 리뉴얼하면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을 미리 확보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밴드웨건 효과도 리뉴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SNS에 신제품 글이 올라오면 ‘나도 한번 따라 사볼까’ 하는 유행소비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 전문가들은 현대의 마케팅이 수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리뉴얼 제품이 유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