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6] 미디어감시연대 “33개 보도·시사 프로그램중 선거 의제 22.6%... 정책·공약은 0.3%, 후보 검증은 0.1%" / 조윤화 기자
6.13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언론이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아닌 네거티브 공방 이슈에 집중하면서 유권자들 사이에서 ‘후보자들을 검증하는데 앞장서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6.13 지방선거에서 두 번째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대학교 3학년 김소윤(22, 부산시 남구) 씨는 “아직 어느 후보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가장 최우선으로 보는 대목은 후보들의 공약이다. 김 씨는 “후보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일부러 TV 토론회나 기사를 찾아보는 편인데, 대부분 후보가 서로 맞고소했다는 얘기나 ‘네거티브’ ‘흑백선전’ 이런 내용밖에 없어서 별다른 도움을 얻지 못했다”며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하는 뉴스가 좀 더 눈에 띄게 많았으면 좋겠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가정주부 최모(41, 서울시 은평구) 씨는 TV 시청 도중 지방선거 관련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곧바로 채널을 돌린다. 보다 보면 스트레스만 더 받기 때문. 최 씨는 “정치인이 토론회에 나와서 정치 공약으로 토론할 생각은 안 하고 돌림노래처럼 똑같은 내용으로 네거티브 공격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짜증만 난다”며 “시사 이슈 프로그램에서도 후보가 서로 어떤 공격을 주고 받았는지보다 정책, 공약 검증 위주로 방송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시사 토크 프로그램 등 TV 프로그램이 정책·공약에 관한 이슈보다 네거티브 양상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통계도 있다.
2018전국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는 지난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종편·보도 채널 중간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 단체는 2018년 4월 6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간 종합편성채널 4사와 보도전문채널 YTN·연합뉴스TV까지 총 5개 방송사의 33개 시사 토크 프로그램이 다룬 선거 관련 주제를 분석했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총 33개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4월 6일부터 두 달 간 지방선거 내용을 다룬 방송 비중은 전체 방송시간 5만 7966분 가운데 1만 3082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를 다루는데 전체 방송 시간의 22.6%를 할애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 감시연대는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5월 말 북미회담 난항 등 대형 한반도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지방선거는 주요 이슈에서 밀려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종편‧보도채널이 지방선거를 다룰 때 대담을 나눈 주제별로 살펴보면, ‘정부‧여당 논란’이 전체 선거 관련 방송시간 가운데 65.6%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당의 논란을 다룬 방송시간은 6.6%에 불과했다.
정부·여당의 논란을 다룬 방송시간이 야당의 논란을 다룬 방송시간과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에 대해 감시연대는 “대통령 지지율이 70% 선으로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당 견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4월과 5월, ‘드루킹 사건’ 등 여당 후보 관련 대형 이슈가 터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정부‧여당 논란’에 과도한 비중이 할애되면서 선거 보도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정책·공약, 후보 검증에 관한 의제는 각각 0.3%(36분), 0.1%(18분)로 현저히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 미디어감시연대는 “사실상 정책‧공약을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양승찬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신문과방송' 5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선거가 게임 논리에 빠져 정치권의 전략의 장으로 흘러가는 데 언론 보도가 일조하면서 국민을 선거로부터 멀어지도록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며 ”언론이 정치권과 유권자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현장의 단순 중계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