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6] 경기선 '여배우 스캔들' vs '제주도 땅 투기', 부산선 후보 치매설 유포, 제주선 '공짜 골프' 논란까지 / 신예진 기자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후보들의 비방과 폭로전에 유권자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네거티브 공방이 가장 치열한 곳은 경기도 지사 선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는 ‘여배우 스캔들’,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 ‘일베 활동’ 등의 의혹이 놓여 있다. 남경필 한국당 후보는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이 제기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의 진흙탕 싸움에 후보 간 정책 대결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진흙탕 싸움은 남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의 욕설 음성파일을 지난 24일 한국당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게 시작이었다. 한국당 측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이라고 공개 근거를 들었다. 첫 TV 토론 때는 김영환 미래당 후보와 합세해 욕설 논란은 물론 ‘여배우 스캔들’까지 거론하며 집중 타격했다.
지지율이 높은 이 후보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50%에 달하는 지지율(KBS, 중앙일보 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보이면서 이 후보가 지난 5일 맞불을 놨다. 남 후보 형제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 이 후보 측은 남 후보 형제가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지 매입, 진입로 확보 등 복잡한 절차를 걸쳤다고 주장했다. 남 후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 입장까지 밝혔다.
부산시장 선거전에서도 오거돈 민주당 후보와 서병수 한국당 후보 간의 네거티브 공방이 만만찮다. 서 후보는 오 후보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다. 서 후보 측은 오 후보가 선거운동 중 마네킹에 인사를 건넸다며 '치매설'까지 흘렸다. 오 후보는 지난 4일 “서병수 후보는 가짜뉴스로 지방선거를 얼룩지게 했다”며 “당장 공개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가 합동 공개 건강검진을 수용하자, 서 후보 캠프는 “함께 건강검진을 받고, 최근 10년간 받은 신체검사 결과 및 병력 등을 공개하자”고 역제안했다.
이 외에도 서 후보는 지난 15일 오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비방혐의로 고발했다. 오 후보가 서 후보를 ‘범죄 소굴의 수장’이라고 표현했다는 것. 이에 오 후보는 서 후보의 “오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 가족 기업의 이익 때문”이라는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며 고소로 대응했다.
제주에서는 네거티브 공방이 형사 고발로 사태가 악화됐다. 제주도지사 자리를 놓고 원희룡 무소속 후보와 문대림 민주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펼치고 있다. 선거전이 격화되자, 원 후보는 지난 4일 문 후보를 뇌물수수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발했다. ‘공짜 골프’를 쳤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 후보는 원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두 후보가 검찰과 경찰,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고발하거나 신고한 건수는 총 8건에 달한다. 문 후보 6건, 원 후보 2건이다.
유권자들은 정책 대결이 실종된 지방선거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민 A 씨는 “경기도지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린지 몰라서 다들 이러는 건가”라며 “남경필 후보와 김영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으니 정책 아닌 오로지 네거티브만으로 선거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민 최모(28) 씨는 ‘합동 신체 검사’가 마냥 우습단다. 최 씨는 “시민들은 후보들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시민들을 위한 참신한 공약으로 잘사는 부산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지난 10년간 받은 신체검사 결과를 공개하란 주장은 너무하지 않나 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각에서는 ‘노래 위주의 선거운동’도 문제로 꼽았다. 한 네티즌은 “평소에도 길거리 선거운동 보면 정책 설명은 없고 노래 틀고 춤추고 하지 않나”며 “후보들은 서로 과거 캐내며 비방하기 바쁘고, 길거리에서는 노래나 흘러나오고... 이게 민주주의인가?”라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