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커피만 마시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카페와 예술이 융합된 새로운 문화 공간이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자기 손으로 직접 자신만의 인형을 만들 수 있는 공방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하철 부산 자갈치역 1번 출구를 따라 걷기를 몇 분.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글씨의 ‘뿌아공’ 간판이 등장했다. ‘뿌아공’은 부산아트 공방의 줄임말로 기존의 카페에 미술 체험 공간이 접목된 곳이다. 카페로 가는 지하 계단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미술 공방이라 착각할 만큼 많은 젊은이와 어린이들이 그림 그리기에 열심이다. 이곳은 손으로 인형을 만드는 이색 체험 공방 카페다.
수제 인형 만들기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무지 인형(석고로 만든 흰색 인형으로 본격적인 인형으로 색칠되기 전 상태의 인형)에 아크릴 물감과 알코올을 사용해 직접 그림을 그려 넣는 이른바 DIY(do it yourself) 제품으로 수제 아트 토이라고도 한다. 수제 인형은 석고나 도자기로 만든 무지 인형에 색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해 만든다. 그림을 그리다 잘못 그려진 부분은 알코올로 쉽게 지울 수 있기 때문에 만들기 쉽다. 만든 수제 인형은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어 전시용으로 남길 수도 있고 포장해서 직접 가져갈 수도 있다.
이곳은 똑같은 데이트 코스가 지겨운 연인들에게 이색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남자 친구와 함께 공방 카페를 방문한 대학생 서여정(22,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 씨는 마주 앉아 서로 닮은 미니어처 인형을 만들고 있다. 서 씨와 남자 친구는 수제 인형과 얼굴을 비교하며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투덜대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서 씨는 “매일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 가고, 하는 똑같은 데이트가 지겨웠는데, 오랜만에 새로운 체험을 하니까 신선해요. 수제 인형은 만들고 끝이 아니라 내가 간직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추억거리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방 카페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인형은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장난감이 된다. 아이들은 인형을 만들고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를 맡기고 일을 보고 오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와 함께 온 이정화(40, 부산시 동래구) 씨는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이 씨는 “아이가 워낙 장난감도 좋아하고 만화 캐릭터도 잘 따라 그리곤 해서 제가 일이 있을 때 가끔 데려오는데, 집에서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애가 그림 그릴 때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이 참 신기해요”라고 말한다.
‘뿌아공’ 대표 이창훈(30, 부산시 사하구) 씨는 “인형을 만드는 일이 집중력과 창의성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재미있게 인형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그래서 종종 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긴 후 일을 끝내고 아이를 데려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 씨는 “카페와 함께 새로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다가 공방 카페를 만들게 되었다”며 “지금은 새로운 인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