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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1마리를 21시 44분에 사살, 상황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는 9월 18일 대전 시민들에게 전송된 긴급재난문자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퓨마 동물원 탈출 사건은 이렇게 종결됐다. 8년을 철창 안에 갇혀 살던 퓨마는 철창 밖을 나온 지 4시간 만에 엽사에 의해 사살당했다. 인간에 의해 가둬져, 인간의 실수로 탈출했고, 인간에 의해 죽은 퓨마.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에서는 동물원을 이참에 폐지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동물을 위해 동물원을 폐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까?
어릴 적, 가족여행에서 동물원을 간 적이 있었다. 동물 앞에 놓여있는 설명을 보며 ‘아 얘는 더운 지역에서 왔구나, 얘는 추운 지역에서 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도 전혀 다른 생태계와 기후에서 살던 동물이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진 않았다. 철창에 갇힌 다양한 동물들의 존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물원은 마치 놀이공원처럼 사람들의 즐거움, 눈요깃감으로 소비되고 있다. 어린이에게 현재의 동물원은 ‘여긴 원래 이런 곳이구나’, ‘동물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좁은 철창 안에 동물들이 갇힌 것에 대해 우리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동물원 때문에 살면서 보지 못했을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됐지만 동물원의 동물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모습이지 우리가 바라고 생각하던 동물이 아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야생성을 잃고 작은 철창 안에 생활하며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을 진짜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동물들을 위해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원 폐지가 동물들을 위한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우리가 동물원을 소비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동물원 또한 사라질 거라 믿지만, 망한 동물원의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자연으로 방사된다면 야생성을 잃은 동물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갑작스런 동물원 폐지는 오히려 더 큰 동물학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동물원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동물원은 변화를 꾀해야한다. 아니, 꼭 꾀해야만 한다. 인간의 유희가 우선시되는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은 없어져야하며, 동물원은 인간 중심이 아니라 동물이 사는 공간을 우리가 엿보는 동물 중심의 환경이 돼야한다. 또한 법률이나 시설이 재정비되어 모든 동물에게 최소한의 기초 환경이 조성된 공간을 제공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당장의 동물원 폐지는 불가하나 최종적인 도착지는 폐지여야 한다. 동물원의 악순환이 우리 사회 속에서 ‘상황 종료’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