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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사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모재원(25) 씨는 과제 준비를 위해 밤늦게 실습실에 남아 있다가 위층에서 갑자기 들리는 비명 소리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하던 일을 뒤로 하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더니, 그곳에는 학생 수십여 명이 단체기합을 받고 있었다. 모 씨가 들은 소리는 기합을 받던 학생이 고통에 못 이겨 지른 단말마의 비명이었던 것이다. 그는 가해 학생들을 말려보았지만 다른 과 학생은 참견하지 말라는 얘기밖에 들을 수 없었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각 대학들마다 이 시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대학교 내의 군기 문화다. 선배들이 학과 단합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후배들이나 신입생들에게 인사를 강요하고 강제적으로 규칙을 정해주거나 때로는 체벌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사진은 아직도 대학 내 군기 문화가 더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전화 대답이나 인사할 때마다 하나하나 규칙이 다 정해져 있으며, 심지어 복장 규정까지 정해져 있다. 이 게시물을 올린 국민대 학생은 “학교 입학해서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선배에게 이런 지시를 받고 기가 막혔다. 내가 다닐 학교가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사립대 예술계열 신입생인 류하빈(20) 씨는 “내가 다니는 학과도 사소한 통제가 많다. 분명 불공평한 처사이지만 선배의 지시라서 어쩔 수 없이 지키게 된다. 자기들도 당했을 일을 왜 되풀이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군기 문화는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들도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사립대 예술계열 3학년 학생은 “군대에서 배워 온 나쁜 버릇을 저런 방법으로 쓰는 것 같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학과는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한데,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후배들이 창의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학교 내의 군기 문화와 관련하여, 교육부 관계자는 시빅뉴스가 보낸 질의에 대해 “각 대학들과 함께 노력하여 학생들의 처우 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서 이 같은 악습을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