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생 시절 내내 항공정비사가 되고 싶었다. 여성 파일럿이 쓴 책을 읽고서 동기부여를 받은 것이다. 전문적인 직업이라는 것과 현장에서 기름때 묻혀가며 일하는 모습이 내 머리 속에 그려졌을 때 가슴이 뛰었다.
그 이후로 항공정비 관련 동영상과 학교도 열심히 찾아보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더욱 진지한 자세로 진로를 잡아가려고 노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로 진학해야 하는지, 성적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적어두고 늘 항공 정비사라는 꿈을 되새겨가며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가 됐다. 이제는 정말 어떤 대학 어떤 학과로 진학할지 정해야하는 시기가 왔다. 나에게는 정말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이때까지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항공정비사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멋지다” ”잘 할 수 있다”는 말로 나를 응원해줬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진로를 진짜로 결정해야할 시기가 되자, 주변 반응은 달라졌다. 사람들 반응의 시작은 “현실적으로”였다. 현실적으로 여자는 항공정비를 하기에 너무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오랫동안 꿈 꿔왔던 항공 정비사라는 꿈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주변의 만류가 끊이지 않았지만 항공정비학교에 진학한 분께 실질적인 조언을 들어가며 마음의 준비 또한 단단하게 했다.
그러다 아빠의 한 마디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항공 정비라는 게 실질적으로 여자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차피 꿈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아빠가 진로 선생님께 하신 말씀이었다.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적으로도 아빠가 나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직업이라는 것이 항공정비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직업이 아직도 나뉜다는 것이, 나 또한 결국엔 그 한계를 깨지 못하고 포기했다는 것이 곳곳에 직업의 성차별이 남아있다는 증거인 듯 느껴진다. 동아일보의 “남자가 왜 그런 일 하냐는 말에 상처…그냥 직업으로 봐줄 수 없나요”라는 기사의 제목만 봐도 우리는 아직도 성별로 직업을 나누는 사례가 만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간호사, 남자 가정부, 여자판사, 여자소방관과 같이 성별을 붙이고 부를 때와 떼고 부를 때가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직업이 많다. 기술이 많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 신체적 요소가 직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럼에도 아직 너무 당연하게 특정 성별로 한정되는 직업이 꽤 많이 남아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고민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성별을 제외하고도 너무나 많다. 그러니 남자 혹은 여자라서, 단순히 성별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하는 경우는 없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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