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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탈코르셋’은 벗어나자는 뜻의 '탈'과 여성 억압의 상징인 여성용 속옷 '코르셋'을 결합한 말로,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여성들이 사회가 강요하는 미적 기준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뜻한다. 현재 SNS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탈코르셋 인증 글이 수없이 쏟아진다. 여성들은 긴 머리를 짧게 자른다거나 화장품을 버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탈코르셋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나는 이러한 탈코르셋 운동이 사회를 향한 의미 있는 반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은 탈코르셋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지금의 탈코르셋 운동이 남성에게는 또 다른 코르셋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여성들은 여성의 탈코르셋을 주장하면서, 역으로 남성에게는 외모 관리를 하지 않는다며 비난한다. 이는 남성들에게 코르셋을 조이라는 것과 같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하고, 남성 중심의 사상에서 벗어나 성차별을 없애자는 성평등 운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여성들의 모순적인 태도는 성차별은 물론, 남성 혐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여성의 탈코르셋이 선택이 아닌 강요가 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 아니면 잘못됐다는 식의 반응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억압에 불과하다. 탈코르셋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짧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이 탈코르셋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탈코르셋이라는 이유가 아닌 짧은 머리나 연한 화장이 본인에게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이런 스타일의 여성에게 ‘탈코르셋이냐’, ‘페미니스트냐’라는 등의 질문을 던진다. 다짜고짜 스타일만 보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나는 여성으로서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한다. 다만, 현재의 탈코르셋 운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 간의 벽을 허물고, 참여 여부는 개인 스스로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사회를 바꾸려면 어느 한쪽만이 아닌 모두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