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잦은 저상버스 리프트, 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이래서 내가 밖에 나오면 안되는데..."
부산시 영도구 장미선
승인 2018.12.0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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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영도구 장미선
만원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던 어느 날이었다. 버스가 한 정류장에 정차했고, 도무지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나는 이어폰을 빼고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 그 곳에는 난처한 표정의 중년 남성과 잔뜩 화가 난 버스기사가 서 있었다. 중년 남성은 휠체어를 탄 채였다. 휠체어를 태우려면 경사판을 이용해야 하는데, 버스의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동정의 눈빛을 보내던 승객들도 시간이 지체되자 버스 기사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던 중, 한 승객이 몇 사람이 붙어 휠체어를 들어 올리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그 장애인은 가까스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붉어진 얼굴로 연신 “죄송합니다”를 거듭하던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뒷문 쪽 의자를 접어 올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고맙다며 자리를 잡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래서 내가 나오면 안되는데….” 그 한마디는 하루 종일 나를 괴롭게 했다.
저상버스는 사전에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라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그 날 내가 탔던 버스는 저상버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전하지도, 편리하지도, 장애인 스스로 오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2003년, 저상버스는 교통 약자, 특히 휠체어 동반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문제는 넘쳐났다. 2018년 8월 29일, 한겨레 신문은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체장애인 문모 씨는 저상버스를 열 번 타면 두 세 번은 꼭 리프트가 고장 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장애인 승객 비중이 비장애인 승객 비중에 훨씬 못 미치므로, 왜 고치지 않느냐고 따져 묻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또한, 정류장에서 승차 의사를 표현하며 손을 흔들어도, 휠체어 태우기가 번거로워 버스가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쩌다 승차에 성공한다 해도, 쏟아지는 다른 승객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장애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회 제도를 보면, 이 사회는 장애인을 사람의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듯하다. 장애인이라는 종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에 장애인은 비장애인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좀처럼 그들을 볼 수 없다. 그들이 이 거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자꾸만 숨게 만들고, 장애가 없는 것을 어떤 권력처럼 만드는 것은 비장애인이다.
비장애인인 것을 행운이라 말하고, 장애인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 사회. 과연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일까? 우리는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해선 안 된다.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일종의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보다,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사람으로서 같은 대우를 받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