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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천 고분군 산택로 걸으며 옛 가야인 발자취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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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천 고분군 산택로 걸으며 옛 가야인 발자취 더듬다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5.06.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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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기 무덤 발굴, 토기 등 유물만 1만 2000점...야외전시관엔 터치스크린도
▲ 1969년 복천동 고분군에서 긴급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출처: 복천박물관 전시실).
1950년 일어난 6·25 전쟁으로 대부분의 피란민들은 부산으로 내려왔다. 당시, 부산 동래에 도착한 피난민들은 공터만 있으면 판잣집을 지어 임시 거주지로 삼았다. 그 중에서도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고 수목이 무성한 복천동의 한 구릉지에 수많은 피난민의 집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섰다. 1969년에 들어와서는 이 야트막한 구릉지에서 새집을 짓기 위한 터파기 작업 도중 이상한 토기들이 발견됐다. 주민들의 신고로 찾아온 동아대 박물관은 자체 경비로 많은 유물들을 발굴했다. 이후 1980년 구릉지 일대에 연립주택조합이 택지 조성공사에 들어가기 직전 유적 존재 확인을 위한 열흘간의 시굴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구릉지대 일대에는 많은 고분이 분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이 일대를 사적 273호로 지정했고, 부산시는 고분군의 정화와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야인들이 묻힌 복천동 고분군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복천동 고분군은 1980년 제1차 발굴을 시작으로 26년간 발굴조사가 이뤄지면서 수많은 유물들이 출토되어 학계의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복천박물관 도록에 따르면, 복천동 고분군의 발견은 미지의 왕국으로 남아 있던 가야 연구의 초석이 됐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 복천동 고분군은 총 3개의 출입구가 있다. 북쪽 출입구는 복천박물관을 통해 들어올 수 있고 밑에 위치한 양쪽 출입구는 고분군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사진출처: 네이버지도).
복천동의 고분들은 동래 마안산 중심부에서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구릉위에 분포되어 있다. 이곳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무덤 수는 무려 198기에 달한다. 워낙에 큰 규모다보니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삼국시대 고분군으로 자리 잡았다. 규모도 큰 만큼 복천동 고분군에서는 토기·철기 등 유물들이 1만 2,000여 점 가량 발굴됐다. 많은 양의 유물이 발굴되어 이 유물들을 포함한 복천동 고분군을 보존관리하기 위해 복천박물관이 개관됐다. 현재, 복천동 고분군에서 볼 수 있는 무덤들은 덧널무덤, 구덩식 돌덧널무덤, 웅무덤, 돌널무덤 등 여러 가지다. 주로 덧널무덤과 구덩식돌덧널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덧널무덤은 땅을 파고 통나무나 판재로 만든 목관을 넣고, 이 목관을 감싸는 목곽도 함께 매장하는 형태다. 구덩식 돌덧널무덤은 구덩이를 파서 시신이 들어갈 직사각형의 자리를 만든 후 그 구덩이 벽을 따라 안쪽에 돌을 쌓아서 내벽을 설치하고 천장을 만드는 무덤양식이다. 무덤자리는 모두 네모모양으로 회양목이 심어져 있어 사람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표시돼있다.
▲ 복천동 고분군에서 발견된 구덩식 돌덧널무덤(왼쪽 사진)과 덧널무덤(오른쪽 사진)을 모형화 시킨 모습이다(사진출처:복천박물관).
복천동 고분군에는 무덤뿐만 아니라 고대인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코스도 있다. 고분군의 산책코스는 구릉지대를 따라 형성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구릉의 정상부분을 따라 걸으면 큰 규모의 무덤들을 볼 수 있고. 그 주변과 경사면을 걸으면 중소형 급 고분들을 구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부산 동래의 시내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고분군 산책코스 약 700m정도이며, 개방 시간은 공식적으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다. 하지만, 공식 입장시간은 해지고 난 후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일 ,뿐 이 시간 이외의 입장을 완전히 막는 것은 아니다.
▲ 복천동 고분군의 산책코스를 따라 중간에 쉴 수 있는 의자들도 구비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산책을 하면서 사람들은 무덤의 외형 말고도 내부형태도 볼 수 있다. 복천동 고분군 중앙에 위치한 야외전시관으로 가면 돌덧널무덤(53호)과 널무덤(54호)의 내부를 발굴한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이 덕분에 관람객들은 당시 가야의 매장풍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터치스크린도 구비되어 있어 발굴된 유적이 무엇인지, 역사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강경순(부산 해운대구 반송3동) 씨는 가끔 자식들의 학습을 위해 복천동 고분군을 찾아온다. 그는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산책을 하면서 역사공부도 해서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복천동 고분군의 야외전시관(왼쪽 사진)에서 발굴된 갖가지 토기들(오른쪽 사진)을 발굴 당시 그대로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이처럼 복천동 고분군은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하지만, 몇 몇 사람들은 이곳의 편의시설이 많이 없어 불편하다고 말한다. 김은중(22, 부산 동래구 연산동) 씨는 “목이 말라서 물을 사러 근처의 편의시설을 찾아봤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물 하나 사러 100m이상 떨어진 마켓을 찾아가야 돼서 짜증났다”고 말했다. 복천박물관 강승희 학예연구사는 “복천동 고분군은 사적지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사적지는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부족하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도심 공원으로써 역사 학습의 현장으로써 자주 방문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마안산정산에서 내려 봤을 때 복천동 고분군의 모습이다(사진:취재기자 류효훈).
수 세기 전, 미지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가야, 그들의 무덤이었던 복천동 고분군이 6·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다 현재는 번화한 건물과 아파트 숲에 둘러쌓여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해주며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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