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자국채 내부고발자인 내 진심 알아달라"글 올려...관악구 모텔서 병원 이송 / 류효훈 기자
'적자 국채 발행' 논란 와중에 청와대의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한 신재민 전 사무관이 3일 오전부터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반나절 만에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3일 오전 8시경 신 전 사무관의 대학 시절 지인으로부터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는 신고를 받고 곧바로 신 전 사무관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신 전 사무관의 거주지였던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유서와 휴대전화만 발견되자 곧바로 수색에 나섰다.
경찰이 수색할 당시 고려대 온라인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며 “충분히 제가 지적한 여전히 지속되는 행정 내부의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메신저인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했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이어 그는 “내부 고발을 인정해 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 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울러 신 전 사무관은 본인의 진심을 인정해 달라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때문이다. 이걸 말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못할 거라는 부채의식.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서 말 한 거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폭로한 것에 대해 아무 일 아니라고 사람에게 왜 믿지 못하냐고 지적했다. 그는 “GDP 대비 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하는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 최고결정자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그 후 청와대에서도 추가 발행하라 하는데요? 증거도 차관보님 카톡까지 보여드렸는데도요.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를 원하는 데로 못 들어가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채발행을 통한 회계연도를 넘은 재정 여력 확보는 법상 불가능하다. 그 시기에는 금리 인상기라 모두가 바이백 혹은 적자국채 발행 축소 기대하고 있었다. 발행하면 시장기대 역행하는 거다. 민간기업 CEO 인사 개입에 왜 우리 부는 숨기면서 했는지 개입이 괜찮았다면 국민들에게 공개하면서 해야했다. 서울신문 사장건은 사장님이 인정해서 언론보도까지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나무라기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제가 부족하고 틀렸다고 해요. 만약 그래도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로 제 목소리 들어주시려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 방지 이야기해주실 줄 알았다. 이 모든 것이 제가 제대로 침착하지 못했던 제 잘못이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한 채 잠적한 신 전 사무관은 반나절 만에 경찰에 의해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무사히 발견되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3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40분쯤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신 전 사무관이 발견됐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2일 서울중앙지검에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