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 사무관 "서울신문 사장 교체도 시도, 4조 원대 적자 국채 발행 강요" 유튜브서 폭로 / 류효훈 기자
2018년 5월 MBC는 KT&G사장을 선출할 때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문건을 입수해 이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기재부는 곧바로 해명보도를 통해 “상기 문건은 담배사업을 관리하는 출자관리과 담당자가 담배사업법 적용대상 기관인 KT&G의 경영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은행 등에 문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KT&G 사장 인선을 압박하거나 사장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후 잠잠해졌던 문제는 기획재정부(기재부)에서 일했던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퇴사 후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의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폭로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뭐?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했다고?'라는 이름으로 29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자신이 MBC에 문건을 제보한 사람이라고 밝히고 여러 정황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서 MBC에 제보한 문건은 기재부 차관에게까지 보고됐던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가 왔다. 이에 기재부는 KT&G의 2대주주인 기업은행으로 하여금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라는 목소리를 내라고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것이 MBC에 제보한 그 문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전 사무관은 “KT&G는 민영화된 기업이다. 사장 교체에 관여하려 한 것은 LG나 삼성 사장 교체에 국가가 관여한 것과 다름없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을 동원했다. 이번 정권은 민간기업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던 정부인데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며 이러한 지시의 근원지가 청와대였다고 신 전 사무관은 폭로했다. 그는 “청와대 지시라고 제가 들었다. 민영화된 민간기업(KT, 포스코 등) 민간 기업에 대한 관리강화 방안을 모색해보라는 지시도 서울신문 사장 교체 건은 잘 해야 된다는 등 이런 식의 말이 나오는 것을 차관과 함께 다른 보고 차 들어갔던 배석 자리에서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 전 사무관은 30일 '내가 기획재정부를 나온 이유2'라는 제목의 유튜브와 고려대 재학생, 졸업생들의 인터넷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불필요한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도 내려왔다고 밝혔다. 적자 국채는 세입이 모자랄 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발행한 만큼 국가의 채무도 늘어난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세금이 예상보다 더 많이 걷혔으나 청와대가 국채 조기 상환을 막고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고과에 자금 담당 사무관으로 자금을 총괄할 때 1조 원의 바이백(국채 조기상환)이 하루 전에 취소됐다. 청와대가 부총리(김동연 전 부총리)가 대통령께 보고한다고 했을 때, 그거 다 막아 버리고, 청와대에서 직접 전화해서 ‘보도자료 오는 거 다 취소하라’고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태를 겪으며 그때 공무원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자 국채 발행 계획에 대해 “앞으로 국민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비교 대상이 될 기준점이 박근혜 정권의 교체기인 2017년이 될 것”이라며 “이 시기의 GDP 대비 채무비율을 낮추면 향후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 전 사무관은 “부총리께서 차관보님한테 ‘너는 거기까지 올라와서 정무적 고려도 못하냐’고 질타하며 정권 초 박근혜 정부와 겹쳐있는 2017년에 GDP 대비 채무 비율을 올려야 하는데 왜 국채를 더 발행하지 않아서 GDP 대비 채무 비율을 낮추냐고 말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진짜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기재부는 30일 해명자료를 통해 “유튜브에서 언급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당시 KT&G 담당과인 출자관리과 소속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에서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KT&G 현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KT&G 사장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는 31일 해명자료를 통해 국채 조기상환 입찰취소 및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 관련 청와대의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당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대안을 가지고 내부적으로 논의했으나, 최종적인 논의 결과 세수 여건 및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가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고소,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기재부는 “현재, 여러 가지 법적인 검토를 거쳐서 요건에 해당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