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잘 키워줘 고맙다” 유서....네티즌들 “그렇다고 잘못을 바로 잡는 일 차질 생겨선 안돼” / 류효훈 기자
최근,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리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지난 27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A 씨가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40분쯤 창원시 의창구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A 씨가 투신해 출입구 앞에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특히,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A 씨는 최근, 어린이집 전수조사와 관련한 문제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감사대상이 됐다는 공문을 받고 힘들어 했다는 유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부정수급 가능성 높은 2000여 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경상남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통보 받아 도내 어린이집 3000여 곳 가운데 지도점검 대상 어린이집 261곳을 전수조사할 예정이었다.
숨진 A 씨의 어린이집은 구체적인 비리 정황이 있는 ‘감사대상’이 아니고 운영 실태를 파악하는 ‘지도 점검 대상’이었다. 지도점검 대상은 회계프로그램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1명의 원장이 여러 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든지 등의 이유로 선별됐다.
이 아파트 1층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씨는 감사대상이 아닌 지도 점검 대상이었지만, 평소 유치원 비리 이슈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A 씨는 투신하기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등의 말을 남겼다.
이에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를 바라봤다. 한 네티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은 비리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다. 이번 기회에 사립유치원을 바로잡고 공립유치원을 확대 증설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잘못을 바로 잡는 일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정여론이 생기면서 비리가 다 덮어져서는 안 된다. 교육기관 비리가 확실히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지적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행정업무, 회계 전문가도 아니면서 원장 혼자서 다하고 모든 걸 책임지는 시스템이 문제다. 특히, 어린이집은 1년에 감사를 최소 4~6개까지 받는다. 지도점검, 학부모 모니터링, 영양급식 지도, 평가인증확인 점검 등 이 모든 것을 감당하다보니 스트레스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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