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수가는 OECD 평균 이하" vs "의사수 늘려 서비스 확대하자" 찬반 팽팽 / 신예진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진찰료 30% 인상 불발에 정부와의 대화를 중단하고 ‘보이콧’을 선언하기로 했다. 불길이 의료 총파업으로 번질 양상을 띠자, 여론도 술렁이고 있다.
13일 의협은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최근 보건복지부에 "향후 복지부가 주최·개최하는 모든 회의에 일절 참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원 추천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의료 총파업에 대한 회원 여론조사에 나섰다. 그 기한은 2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의협은 지난 12일 회원들에게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정부 투쟁 안내문’을 발송했다. 의협은 안내문을 통해 "지난 1일 복지부가 협회 제안사항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을 냈다. 정부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회의적이라고 판단한다. 더 이상의 대화와 타협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보이콧’을 선언한 의협은 당분간 복지부 및 산하기관이 주최하거나 개최하는 모든 회의에 불참한다. 현재 의협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의정협의체, 안전진료TF 회의, 의한정협의체 등에 속해 있다. 다만 정부와 함께 시행 중인 시범사업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 수가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해결할 의지가 없어 양측의 신뢰구조가 깨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그간 ‘수가 정상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상화의 첫 걸음이 초진료와 재진료 30% 인상과 원외 처방료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국내 진찰료가 외국 수준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의협에 따르면, 2015년 OECD 기준 우리나라 연간 외래 진료일수는 16일, 입원일수는 16.1일이다. 회원국 평균인 각 7일, 7.8일의 2배다. 그러나 국민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의 68%에 그친다. 의료수가가 낮아 높은 의료이용량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낮다는 설명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로 인한 병의원의 재정부담이 증가했고 주장했다.
의협이 수가 현실화를 요구하자,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25일 ‘제1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정협의체’를 개최했으며, 의협은 수가 정상화 문제에 대한 정부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협의체가 뜻을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해 10월 25일 제6차 협의체까지 열렸다. 이후 의협은 지난해 1일 재차 복지부에 제안사항 회신을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의협은 공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적정 수가 보장 약속을 복지부가 정면으로 위배한 데 유감"이라고 했다.
여론 역시 수가 체계 개선에는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론의 내용은 병원에서 흔히 벌어지는 ‘3분 진료’ 등 부실 진료를 언급하면서 진찰료 인상에는 거부하는 의견이 다수다. 진찰료 인상이 진료의 질 향상과 비례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론은 “의사 수를 늘리자”고 입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국민 돈을 더 받고 싶으면 우선 포괄수가제를 해서 함부로 검사하고 덤태기 씌우는 것 막자. 그리고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사들이 지게 해서 배상 책임을 확실하게 하자. 또 의대 정원 두 배로 늘려서 전국 어디에서나 (의료) 서비스 받게 하자. 그러면 문제가 해결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수가에 대해 OECD 통계를 들이밀면 다른 것에 대해서도 OECD 통계 기준으로 봐야 하는데, 10만 명당 의사 수가 모자란 것에 대해 의협은 언급조차 안 한다. 심지어 어떻게 해서든 의사 수를 조금이라도 많게 보이려고 의협이 평상시엔 의사로 인정 안 하는 한의사조차 갑자기 여기선 의사 수로 포함한다. 그래도 (국내 의사수는) OECD 의사 수 평균 미달"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e-나라 지표에 제공한 ‘의료인력 및 병상 수 추이’ 지표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2015년 기준, OECD 27개국 인구 10만 명당 의사수 평균은 3.3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2명에 그친다. 2017년 우리나라 평균은 2.3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한의사를 포함한 수치다.
복지부는 “2013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한의사 포함)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2015년 OECD 통계를 기반으로 한 수치다.
반면, 의협의 의료 수가 인상을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한 네티즌은 “(우리 의료보험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건강보험제도인데 거기에 알맞은 의료 수가 인상이 맞는 거다. 질 높은 진료를 기대하면서 싼값으로 진료하게 하면 병원운영에 드는 직원들의 최저임금 어떻게 맞추나? 다른 자영업자들처럼 병의원도 폐업이 속출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의료 수가 높이지 않는 이상 문제해결 불가한 건 확실하다. 의사들의 희생으로 굴러가는 의료계지만, 아무도 의료계에 고마워하지 않는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고생은 의사가 한다”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