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내 앞집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그리고 그 살인 장면을 내가 목격했다면 어땠을까? 지난 2019년 2월 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은 사건의 목격자인 자폐아 ‘지우’와 사건을 담당하게 된 변호사 ‘순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순호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 승진을 시켜준다는 로펌 대표의 말을 듣고 자신이 변호를 맡은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자폐아 지우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처음에 순호는 지우를 자신의 의뢰인의 변호에 이용할 패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우를 이해하게 되면서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변화는 점점 속물이 되어가던 순호를 열혈 변호사였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따뜻한 결말과 감동이 있는 영화!” “대사 하나하나가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하는 영화!” 등 대체로 이 영화의 평은 좋은 편이다. 대부분 영화에서는 장애인을 우리와 다른 사람, 조금 부족하더라도 무조건 이해해 줘야 하는 사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많다. 하지만 <증인>에서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자폐아는 특정한 감각기관이 발달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계관으로 우리가 한 번 들어가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증인>은 설정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설정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증인>에서는 자폐아인 지우가 너무 순수하고 착해서 세상의 속물이 된 변호사조차도 정의와 진실을 위해 돌아서게 되는데, 한국일보의 류승연 칼럼니스트는 이 영화의 착한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설정에 불편함을 제기했다. 바로 영화에서 장애인의 순수함을 보여주기 위해 장애인을 거짓말도 못 하는 존재로 낙인을 찍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에게 특별함을 부여했다는 점에서도 비판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자폐아는 모두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조선족을 생각하면 흉기, 장기매매와 같은 단어가 생각나듯 말이다.
물론 이 영화의 소재인 자폐아의 특별함은 현실에서 흔치 않다. 현실에서는 보통의 영화처럼 지능이 낮고, 신체 일부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이 보편적이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영화는 영화일 뿐 가볍게 보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한 편의 영화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지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공상과학영화에서는 사람들에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기계나 기술이 몇십 년 후에는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끔 만든다. 이런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로 인해 미래를 발전시키는데 영화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증인>도 실제 장애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특별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자신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친구들에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줬다. 결국 이 영화를 좋게 생각한 사람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이 영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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