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사활을 걸었던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변은 없었다. 창원 성산의 여영국 정의당 단일 후보가 막바지 극적 역전에 성공했고, 통영·고성은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
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창원 성산의 피 말리는 접전이 압권이었다. 이날 저녁 8시 30분께 개표가 시작된 이후,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줄곧 1위를 달렸다. 그 뒤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인 여 후보가 4~5% 차이로 바짝 쫓았지만, 격차는 줄지 않았다. 그러다 밤 11시가 지나고 개표율이 높아질수록 두 후보의 표 차이는 점점 가까워졌다. 사실상 개표를 마무리하는 개표율 99.98%에 달하자 극적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여 후보가 강 후보를 누르고 마지막 뒤집기를 이뤄낸 것.
결국 여 후보는 득표율 45.75%로 창원 성산에 깃발을 꽂았다.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45.21%로 근소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득표수로는 여 후보가 4만 2663표, 강 후보는 4만 2159표를 각각 얻었다. 둘 사이의 표 차이는 504표에 불과했다.
여영국 당선자는 “창원시민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바치겠다”며 “국회 개혁을 주도해 노회찬의 정신을 부활시키고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 성산은 고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은 창원 성산 사수를 위해 사상 첫 ‘여야 단일화’라는 비난을 뒤로하고 연대 전선을 구축했다. 여 후보의 승리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겨우 체면치레는 했지만 기초의원을 포함해 전국 5곳의 선거구 중 한 곳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 당선자의 예측 불가능한 막판 뒤집기는 고 노회찬 전 의원을 지지했던 창원 공단 노동자들의 표가 퇴근 후인 오후 6시 이후 몰린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영·고성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 측근인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59.09%를 득표해 여유롭게 의석을 확보했다. 양문석 민주당 후보는 36.73%를 얻었다. 정 후보는 개표 이후 줄곧 양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통영·고성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인 만큼 한국당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불거진 정 후보 측근의 기자 매수 의혹 논란도 민심을 돌릴 순 없었다. 정 후보가 당선된 덕분에 황 대표 체제는 당분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과 한국당의 전쟁이 무승부로 끝난 가운데 바른미래당만 난처한 상황이다. 손학규 대표가 창원 성산에 올인해 선거 지원 유세를 폈으나 이재환 후보는 3.57%를 얻는 데 그쳤다.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의 득표율을 10% 정도로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손 대표의 ‘책임론’과 함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보선 투표율은 48.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 4·12 재보선 투표율보다 19.4%포인트, 2015년 4·29 재보선 때보다 15.4%포인트 높은 수치다. 가장 열띤 투표 열기를 보인 곳은 경남으로 창원 성산과 통영ㆍ고성 두 곳이 동률인 51.2%를 기록했다. 투표 해당 지역 총 151개 투표소에서 실시됐으며, 전체 유권자 40만 9566명 가운데 19만 6595명이 투표를 마쳤다.